퍼시픽림2의 액션이 공허하게 느껴졌던 이유
1편의 액션들이 더 무겁게 느껴졌던 건
단순히 1편의 로봇들이 더 무게감 있고 느리게 움직였기 때문 만이 아닌 것 같아요.
1편에선 예거를 아무나 조종할 수가 없잖아요. 소수의 타고난, 훈련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그것도 하는 두 사람의 정신 세계가 잘 연결되어야, 드리프트가 잘 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가족끼리 하는 경우가 많았고 가족이 아니라면 특별한 유대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설정이죠.
그래서 예거가 비록 인간이 안에서 조종하는 고철덩어리라도,
정신 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쉽지 않고 그것도 두 사람의 정신이 함께 고철 덩어리를 움직이는 거라,
로봇이 움직이고 뭔가를 들어 올리고 내치고 싸우고 할 때,
관객이 보면서 그 로봇의 움직임 안에서 인간성 같은 걸 느낀다고 할까요.
정신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게 힘들다는 걸 연출로 잘 보여주니까.
그리고 실제로 로봇의 움직임도 하나하나 무겁고 힘겨워 보이고..
그래서 거대 로봇이 거대 괴수와 싸운다는 황당무계 유치찬란한 결투를 보면서도 관객이 거기에 정신적으로 연결이 된다고 할까요,
그 안에 인간 정신과 감정이 있어 공허하지 않고 이입이 되죠.
로봇이 다치거나 맞으면 그 안에 사람의 몸과 정신이 모두 다치니까 걱정도 되고 고통도 느껴지고
예거 박살나면 그 집안이 박살나는 그런 처참한 느낌이었잖아요?
근데 2편에선 그냥 예거가 보이 스카웃 애들 훈련 좀 시키면 다들 별 문제 없이 하는,
애들이 면허 따서 하는 자동차 마냥 가벼워졌고 실제로 로봇도 가볍게 구르고 날아다니고 하니까..
그래서 그냥 관객과의 아무런 연결 고리 없이 어떤 인간성이나 감정도 없이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그 외계인 트랜스포머 굴러댕기듯이 그렇게 쳐다보는 거죠.
그래서 전반적으로 쾌감도 적어지고..
무게를 주고 인간미를 줘도 아주 진지하게 이입하기는 힘든 황당한 설정인데 이렇게까지 무게감과 인간미와 현실성을 다 날려버리면 이입이 하나도 안 되는 거죠.
1편의 드리프트 설정은 사실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더 강한 드라마와 인간미를 뽑아낼 수 있는 요소인데 아쉽네요.
사실 1편에서도 드리프트를 이용해서 아주 깊게 드라마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2편 만드는 사람들은 뭐 그런 건 전혀 관심이 없었던 거 같긴 합니다.
2편이 설정을 다 날려버리고 방향을 완전히 바꿔 버렸기에 3편은 나오던가 말던가 관심도 안 가네요. 1편만 간직하는 걸로...
피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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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전작은 예거가 격추되면 일가가 몰살당하는 느낌이 있었죠.
1편은 배우들도 무게감이 있었는데 이번엔 다들 너무 가벼워진 느낌이었어요...
이보다 공감할 수 없는 분석이네요. 뭔가 재미있는 것 같은 장면이 휙휙 지나가는데도 액션을 뚱-하게 본 이유가 뭔지 고민했는데, 딱 이거네요ㅋㅋ 시원한 글 감사합니다.
날카로운 분석입니다. 저도 파일럿 사이의 유대관계 공고함을 매개로 하는 설정을 좀 더 심화시키지 못하고 그냥 팬더나 너구리나 막 탈 수 있는 로봇물로 바꾼게 제일 맘에 안들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