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Han Gong-ju, 2013)
한공주 (Han Gong-ju, 2013)
이수진
천우희, 정인선, 김소영, 이영란
★★★★★
영화를 본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이 글을 쓰는데
아직도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천우희 배우 인생(현재까진) 최고의 열연과 이수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만으로
이미 올 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해외 영화제들에서
쉴새없이 수상을 하길래 다소 거칠고 센 영화일 것 같았다.
(물론 감정적으로는 엄청 센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다른 영화적 만듦새에 신경쓰는 대신
무거운 주제의식으로 밀고 나가는 그런 영화말이다.
배우들이 건조한 대사를 내뱉으며 과잉의 연기를 펼치고
사건을 강하게만 묘사하는 거친 연출은 아닐까..했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하자 나의 편견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공주>는 오프닝부터 나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저는 잘못한게 없는데요.."라고 읊조리는 공주의 목소리가
슬픔에 파르르 떨려 순간 숙연해졌다.
천우희의 한공주는 평온한 현실에서 조용하고 수줍음 많은 아이였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있는 힘껏 짓누르며 시종일관 덤덤했고 또 차분했다.
폭풍이 지나간 참담한 현실과 폭풍을 기다리는 비릿한 과거를 교차시키며
공주의 살아감 그 자체를 침착하게 보여주는 이수진 감독의 연출은
굉장히 섬세하고 배려깊었다.
그러다 결국 폭풍이 불어닥치는 순간이 오면
감정적으로 무척이나 견디기 힘겨워진다.
아련한 결말, 공주가 수영을 배우는 이유를 나지막히 읊조릴 때면
참아왔던 분노와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나온다.
공주야, 어딨니?
bbangzzib J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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