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여행자의 필요를 보고나서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거의 안봤어서 아예 틀린 접근일 수 있을거 같고 주관적인 해석이 많습니다.
초반부에 두 명의 여자에게 같은 질문과 같은 답을 들을 때, 제 스스로 여자들의 나이와 모습에 따라 너무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 깨달아서 그와 관련해 생각을 해봤어요.
이리스는 영화 내내 아주 아름다운듯 하면서도 나이에 맞춰 어쩔 수 없이 몸이 낡은 모습이 느껴지는데요 피부나, 몸의 형태나 이런 것이. 어느 순간 젊고 아름다운 프랑스 여자로 등장했다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그게 홍상수 감독이 숨겨둔 배치였다면?
후반부에 이리스를 찾으러 가는 시인 아들이 처음 근린공원에서 이리스를 만났던 장면을 플래시백도 아닌 것이.. 현재처럼 재현한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 때 아들이 리코더를 불고있는 이리스에게 "연주할 때 어땠어요?", "진짜 마음에 있는거는요?" 라는 바로 그 질문을 했을거 같더라구요. 앞선 두 여자들이 했던 대답을 똑같이 이리스가 했었을거 같고요. "짜증이 났다. 더 잘하고 싶은데 못해서". 실제로 리코더 연주를 엄청 못했어서 맞는 대답이기도 하고요 ㅎㅎ 근데 만약 이리스가 어리고 아름다웠다면? 저는 아마 아들이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로맨틱한 스토리의 시작으로 받아들였거나, 수작을 부리는 느낌을 받았거나 하는 식으로 다르게 받아들였을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나이든 이리스이기 때문에 엄마가 연인으로서 받아들이지 못하듯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게 다가오고요.
그래서 이 영화는 감독님이 나이에 관해서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렇다면 시는 뭘까? 처음에는 단순히 고객의 시선을 돌리는 장치라고 생각했어요. 시를 등장시키고 시를 번역해서 듣고 하면 예술성이 느껴지니까 그 쪽으로 관심을 돌려서 주제를 조금 감추는.. 그런데 또 뭔가 있을거 같아서 그거는 고민중이고요. 윤동주 시인의 사진을 보고 이리스가 참 잘생겼다고 하니 권해효 배우였나 이혜영 배우가 일찍 죽어서 그렇다고 말하던 것도, 나이에 관한 주제랑 일맥상통하기도 하고..
이리스가 영화 내내 산뜻하고 요염하고 매력적이게 행동하는데, 바위 위에서 나른하게 누워있기도 하고. 옥상 우레탄 바닥을 사뿐사뿐 걸어다니기도 하고, 애교도 부리고, 막걸리에 취해서 머리칼을 그림처럼 늘어뜨리고 잠들어 있기도하고. 그 이미지들이 많이 생각나는 영화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