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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한 편, 사토미 팔견전里見八犬伝(8년 전에 쓴 글)(추가, 이 영화가 유튜브에 있네요!!!)

소설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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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2016년도에 썼던 글입니다. 아래 팔견전을 보니 기억이 나서 긁어왔습니다. 

 

 

 

10대를 되돌아보면,

저는 적극적인 문화소비자였습니다.

어렵게 신문배달을 해서 돈을 모았다가도, 사고 싶은 게 생기면 한방에 소모해버리는 무모함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이고 내일에 대한 통찰력 있는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었겠지요. 굳이 그 시절을 분석하거나 등등 따져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제 어린 시절 최고의 장난감은 프라모델과 만화, 소설, 비디오였습니다.(아, 참 공부는 안 했군요.)

비디오 플레이어는 비교적 이른 시기인 78년 정도 우연히 하나를 얻게 되었습니다. 보따리 장사를 하던 친척이 고장이 났다며 주고 갔던 건데 손기술 좋은 아버지가 뚝딱 고치셨습니다. 금성 비디오.

하지만 이 요물이 신세계를 열어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비디오 속 세계, 정확히 말해 영화는 정말이지 판타지 세계였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과 다른 배급 체계 때문이었겠지만 80년대 초반부터 CIC나 UIP 같은 직배 체계가 자리잡기 시작하는 '90년대 초중반까지, 흔히 말하는 불법 비디오의 활황은 대단했습니다. 대부분의 수입 영화들이 개봉도 하기 전에 비디오 시장에 풀렸지요.

아버지가 기타 교습소를 하던 친구 집에 모여서 보았던 블레이드 러너. 우글우글 남자애들끼로 모여 주윤발이 몇 발의 총을 맞는지 세면서 보았던(심지어 자막으로까지 나왔던) 영웅본색.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봤다가 지구 멸망에 관해 심각하게 토의까지 했던 오멘3. 지금처럼 인터넷만 뚝딱 치면 정보가 나오는 시대가 아니었기에 오멘3를 보고는, 샘 닐과 마크 해밀을 두고 영화 좀 안다는 친구들끼리 엇갈린 주인공에 대한 이름으로 설전을 벌이던 촌극도 문득 떠오르네요.(앞뒤에 나오는데...)스타워즈3(지금은 스타워즈6인), 우와 비디오 보다 두 손 들고 환호했습니다.

 

이야, 그러고 보면 비디오에 대한 기억은 정말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다만 이 시기에 일본영화만큼은 잘 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성인영화조차도 일본 영화는 거의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떠오르네요. 물론 어린 제가 성인영화를 즐겼다는 건 아니지만 워낙에 빈번하게 비디오 가게를 드나들다 보니 척하면 척이라는 게 있잖아요. 천장을 열면 비밀의 공간이 나오고, 주인이 앉은 바닥을 들어내면 쫘악 깔린...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산 제일여고 아래에 유미비디오라는 단골 가게가 있었습니다. 날렵한 인상에 가뭇한 수염, 짙은 눈썹을 가진 마초와 영화 속 약쟁이 캐릭터 사이쯤 되는, 언뜻 보면 영화 감독 같은 주인아저씨가 계신 가게였죠.

아저씨가 저에게 일본 영화라며 보라고 합니다.

 

에에. 일본? 에이, 안 볼래요.

야, 진짜 재밌다니까. 작년 일본 흥행 2위, 기록 세운 영화야. 재미는 보장.

그래도 일본 영화는 안 볼래요.

야 그러면 내가 이거 녹화해서 비디오 두 번 보는 가격에 그냥 줄게. 테이프까지.

 

순간 아저씨에게 설득 당하기 시작합니다. 당시만 해도 정품이고 비품, 즉 불법 비디오이고 간에 테이프만 가져다 주면 복제를 해주었지요. 대여 가격에 약간만 더하면 명작을 영구소장할 수 있는 겁니다. 아니라 해도 신작 영화를 대여기일 상관 없이 오랫동안 몇 번이고 돌려가며 볼 수 있었죠. 혹 합니다. 비디오 테이프까지 준다니, 손해 볼 게 없다 싶습니다.

 

오케이. 볼게요.

좋다, 그러면 5백 원 까줄게.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이때, 대여료가 1,500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500원 까서 2,500원에 샀던 것 같은데. 새한비디오? 뭐 이런 거 말고 싼 공테이프가 3천 원(?) 그런 시기...

물론 사갔다가 욕 오지게 얻어 먹었습니다. 자막도 없는 데다, 일본 영화 가져왔다고요. 아, 자막...지금과 다른 분위기... 당시까지 제가 알던 일본 영화는 두 개 정도가 전부였던 시기이기도 했고...

집에서는 저 빼고는 아무도 환대 않던...그런데 네이처스 스피커나 다름없었던 할머니는 좋아하시더군요. 할머니 친구분들까지 돌려보셨다는.

 

대충...영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하도 오래 되어서 엉터리로 적는 겁니다만.

어린 공주 하나가 성에서 탈출합니다. 이 공주는 요괴의 폭정을 끝낼 선택 받은 사람입니다. 또 오래 전에 이 공주를 도울 사람들이 정해져 있고, 곳곳에서 나타날 거라는 설정입니다.(드래곤볼처럼 구슬이 싹 날아가서 땅에 박혔나??? 뭐 여튼) 이 공주가 탈출해 거지 무사를 만납니다. 이 거지 무사는 공주를 도울 가신 중 한명이었지만 서로는 모르죠. 그러며 요괴가 다스리는 세상에서 공주를 쫓는 사람을 피하고 도망다니며 구슬로 사라졌던(??기억이 맞나 모르겠네...) 각기 능력을 가진 가신들을 차례로 만납니다.

마지막에는 이들이 모두 모여 요괴 여왕(?)을 죽이며 끝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전형적인 판타지 구조입니다. 기대 않고 봤던 영화인데 꽤 좋은 특수효과와 제작비 좀 들었겠는데 싶은 스케일에 스토리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자막이 없어도 몇 번 보다 보니 아 이해하게 되고... 이야, 일본 영화가 이렇구나. 웬만한 헐리우드 영화에 뒤지지 않네,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인데다, 영화 정보가 전무했던 터라 제목도 모르고 배우도 모릅니다. 그저, 그냥, 봅니다. 테이프 내용을 다른 녀석으로 녹화 영상을 바꾸기 전까지 서른 번 이상은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득 그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도대체 이 영화가 뭐였지 하고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 정보도 없습니다. 몇 년도에 본 거였는지. 주인공이 누군지. 제목이 뭐였는지. 심지어 25-30년이 되었을 내 기억이 맞는지. 무려 이틀 가까이 뒤졌네요. ㅋ

 

사토미_팔견전.jpg

 

[사토미 팔견전-里見八犬伝](1983)!!!

무려 33년이 된 영화였습니다. 제가 본 건 그럼, 1984년...헛!!!

지금에 보니, 사나다 히로유키가 주인공이었군요. 헐. 저 앳된 공주는 야쿠시마루 히로코입니다. 호숫가 살인사건에 나왔던.

이어서 나오는 배우들도 얼굴이 그리 낯설지 않은 배우들입니다. 대작이었군요. 더불어 구글링으로 찾아보니 유미비디오 아저씨가 준 정보가 맞습니다. 작년 일본 흥행 2위였다는. 1983년 흥행 2위였더군요. 비디오와 영화 흥행 합쳐 30억 엔이 넘어서는 성공을 했네요. 1위가 인디아나 존스. 헐, 이 해 흥행 4위는 도라에몽입니다. 도라에몽은 몇 살인 걸까...ㅋ

 

타인에게는 별 것 없는 이야기이지만, 저에게는 소중한 기억의 한편이었습니다. 문득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그때 그 시절이 떠올라 시간 나는 대로 찾아보았습니다.

다시 보고 싶은데. 이제는 볼 방법이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ㅎ

콘텐츠의 표류 시대이니만큼 어떻게든 뒤지다 보면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비디오. 떠올려 보니 영화 하나하나마다 잊혀진 추억이군요, 제게는. 방울방울 아로새겨진, 영화가 주는 추억.

 

 

 

 

추가. 혹시나 해서 유튜브에 검색을 했는데, 당시에는 없더니 영화 전편이 올라와 있네요. 조명이 어둡고 화질이 조악하기는 합니다만...

1년 전에 올라온... 그런데 저작권이 없나, 어떻게 영화 전체가 올라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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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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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사나다 히로유키는 쇼군으로 요즘 할리우드에서 핫한... 오래 한우물만 파면 언젠가 월드 클래스도 되나 봅니다.
23:47
24.04.21.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golgo
도무지, 지금의 사나다 히로유키와 더벅머리 젊은 남자 주인공이 매치가 안 되더랍니다.
말씀처럼 한우물을 판 배우의 좋은 예시이네요. 좋은 밤 되십시오.
23:58
24.04.21.
profile image 2등
도라에몽은 원작기준으로는 55세(1969년~), TV애니 기준으로는 51세(1973~), 극장판 기준으로는 44세(1980~)입니다.
https://www.amazon.co.jp/dp/B07KK97X46/
해당 영화는 제작사에서 여전히 저작권을 보유하고 블루레이나 OTT로 발매중이니 저 업로드는 불법일 가능성이 큽니다.
14:05
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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