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구로사와 기요시의 <Retribution>

류상욱 류상욱
3070 0 4


싱가포르 극장가에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이 몇 주 동안 상영되고 있다. 나도 이 영화를 극장에 가서 보았다. 이 영화의 일본어 제목은 이다. 2006년 작품인데 <큐어>처럼 야쿠쇼 코지가 형사 역할을 연기한다. <큐어>가 나온지 거의 10년이 지났으니 그도 이제 많이 늙었다. 게다가 이번 캐릭터는 상당히 피곤한 얼굴을 하고 나와야 한다. 그런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매우 젊고 아름다운 애인이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커플의 나이 차이가 너무 나는 것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들은 같이 살지 않고 그 애인은 야쿠쇼 코지의 집에 가끔 방문을 한다. 무표정한 얼굴의 그 애인은 알고 보니 역시나 귀신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야쿠쇼 코지는 내내 모른다(이것은 좀 이상하다).

이 영화에서는 <큐어>처럼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동일한 수법의 살인사건. <큐어>처럼 살인을 하는 사람은 전과도 없고 연쇄살인마도 아니다. 단지 무엇인가를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일 뿐이다. 예컨대 의사는 자기의 아들을 죽인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아버지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아버지는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또 직장 상사와 불륜을 저지르는 여성은 상대 남자를 죽인다. 마찬가지로 다 지워버리고 싶어서. 그런데 시체를 비롯한 증거물에서 야쿠쇼 코지의 지문이 나온다. 당연히 그는 동료에게서 살인범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대단한 스릴러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살인을 하게 만드는 존재가 역시 <큐어>처럼 존재한다. 바로 (하얀 옷이 아니라)빨간 옷을 입은 귀신이다. 이번 귀신은 수퍼맨처럼 하늘을 날라다니고 직접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그 귀신은 야쿠쇼 코지 주변에 출몰한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15년 전에 강변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유폐되어 있던 그 여인을 멀리서 야쿠쇼 코지가 보았기 때문이다. 단지 배에서 멀리 보았기 때문에. 그 귀신은 자신을 바라보아준 남자를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이 남자는 귀신에게서 용서를 받는다. 영화에서는 명확하게 나오진 않지만 이 남자가 애인을 죽였던 것 같다. 그것도 용서받는다. 왜 이 남자만 용서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구로사와 기요시는 영화를 못 만들지는 않지만 내가 보기에 기복이 좀 심하다. 그것은 너무 많이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능력이 되면 다작을 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호러 장르는 포스트모던으로 이행하면서 논리적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과관계를 따지거나 내러티브의 명확한 종결을 바라는 것은 부질없는 행위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명색이 호러영화면 공포감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것 아닐까? 공포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호러의 리얼리즘을 생각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관객은 영화 속의 상황이 나에게도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질 때 공포심을 갖게 된다. 어쩌면 구로사와 기요시는 호러영화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단순한 장르적 접근으로 그를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좀더 생각해볼 일이다...

류상욱 류상욱
16 Lv. 25501/26010P

익스트림무비 편집위원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2등
정영욱
갠적으로 기요시식 호러 스타일은 <회로>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
16:11
08.04.05.
3등
마에다
엄청난 스포일러가 담겨있는 리뷰군요^^

하루에(고니시 마나미)가 귀신이라는 설정은 단순히 반전의 의미로서만 존재하는게 아닌 내용상 일정한 공식을 성립시키려는 감독의 의도로 볼수가 있겠습니다.

극중 살인자들은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살해한다는 일정한 공식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요시오카(야쿠쇼 코지) 역시 일련의 살인자들 중 한명임에도 그러한 공식에서 벗어난 유일한 인물인듯하지만. 결국 자기 애인을 죽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독이 의도한 공식에 예외없이 부합되진다는 의미인거죠
16:11
08.04.05.
스포일러 당했습니다..ㅠㅠ
다음 부터는 '스포일러 주의'라고 제목 옆에 붙여주시길..^ ^
16:11
08.04.05.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4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에 초대합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3:34 1209
공지 '드림 시나리오'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49 익무노예 익무노예 24.05.10.09:31 4092
HOT 2024년 5월 18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2시간 전00:01 623
HOT 왕가위의 미학 Sonachine Sonachine 2시간 전23:45 322
HOT [애비게일] 예고편 스포 들어간 후기 2 뚠뚠는개미 2시간 전23:36 337
HOT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 '파리 이즈 버닝' (19... 1 Sonachine Sonachine 2시간 전23:12 273
HOT 코폴라 감독이 '메갈로폴리스'를 OTT 회사에 안 ... 4 golgo golgo 3시간 전23:10 832
HOT 피셔킹(1991) 리뷰 3 해리엔젤 해리엔젤 3시간 전22:29 323
HOT 란티모스 감독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 로튼토... 5 golgo golgo 3시간 전22:44 737
HOT <프랑켄위니>를 보고 나서 (스포 O) - 팀 버튼 감독 작품 6 톰행크스 톰행크스 4시간 전21:49 227
HOT 제이쵸 낼 수 없다에는 이유가 있다 블루레이 개봉기 3 카스미팬S 4시간 전21:21 177
HOT 신혜선, 변요한 배우 팬서비스 너무 좋네요..! (+사진/영상) 6 IMAX익무 6시간 전19:51 1450
HOT 제프 피에르,SF 스릴러 <머시> 출연 1 Tulee Tulee 7시간 전19:08 445
HOT 이 분께서 돌아 가셨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6 totalrecall 6시간 전19:41 3583
HOT ‘피노키오’ 호러 버전에 <곰돌이 푸> 감독 낙점 2 카란 카란 6시간 전19:26 819
HOT 스티브 부세미 폭행 가해자, 뉴욕에서 체포 6 카란 카란 7시간 전19:06 1288
HOT <미스트>를 보고 7 도삐 도삐 8시간 전18:10 894
HOT 앞으로 기다리는 영화들 8편! 10 그웨 8시간 전17:40 1842
HOT 별처럼 빛나는 너에게 프리미어 상영회 굿즈 수령했습니다 3 카스미팬S 9시간 전16:51 288
HOT 기생수 작가 원작 디플 드라마 <칠석의 나라> 티저 예... 4 카란 카란 9시간 전16:40 2583
HOT 더 에이트 쇼 현재 로튼토마토 2 선선 10시간 전15:20 3037
HOT [더 에이트 쇼] 해외 리뷰 : 집에 오징어 게임이 있을 때 4 선선 11시간 전15:03 2231
1137081
normal
클랜시 클랜시 1시간 전00:49 184
1137080
image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00:27 242
1137079
image
hera7067 hera7067 1시간 전00:18 148
1137078
image
hera7067 hera7067 1시간 전00:16 87
1137077
image
hera7067 hera7067 1시간 전00:14 119
1137076
normal
루아방 1시간 전00:13 229
1137075
image
hera7067 hera7067 1시간 전00:11 100
1137074
image
Sonachine Sonachine 2시간 전00:05 219
1137073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00:04 90
1137072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00:01 117
1137071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00:01 623
1137070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23:59 187
1137069
image
hera7067 hera7067 2시간 전23:52 111
1137068
image
Sonachine Sonachine 2시간 전23:45 322
1137067
image
뚠뚠는개미 2시간 전23:36 337
1137066
image
Sonachine Sonachine 2시간 전23:12 273
1137065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23:10 832
1137064
image
e260 e260 3시간 전23:07 257
1137063
image
e260 e260 3시간 전23:07 328
1137062
image
아몬드밀크 3시간 전23:05 305
1137061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22:53 296
1137060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22:44 737
1137059
image
해리엔젤 해리엔젤 3시간 전22:29 323
1137058
image
Sonachine Sonachine 4시간 전21:49 190
1137057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4시간 전21:49 227
1137056
image
카스미팬S 4시간 전21:21 177
1137055
image
이상한놈 6시간 전19:53 653
1137054
image
IMAX익무 6시간 전19:51 1450
1137053
image
totalrecall 6시간 전19:41 3583
1137052
image
카란 카란 6시간 전19:26 819
1137051
image
Tulee Tulee 6시간 전19:11 172
1137050
image
Tulee Tulee 7시간 전19:10 182
1137049
image
Tulee Tulee 7시간 전19:10 350
1137048
image
Tulee Tulee 7시간 전19:09 406
1137047
image
Tulee Tulee 7시간 전19:09 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