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뺑덕〉 2014 토론토 국제영화제 리뷰
sabb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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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tchfilm의 Pierce Conran이 2014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마담 뺑덕〉을 보고 쓴 리뷰를 옮겼습니다.
원문 : Toronto 2014 Review: Stylish And Well Performed, SCARLET INNOCENCE Surprises And Delights
비주얼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려진 임필성 감독의 최신작 〈마담 뺑덕〉은 한국 설화를 바탕으로 하며 부드러운 질감의 로맨틱 멜로드라마처럼 시작되는 탓에, 이 영화가 한국 관객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 내수용 영화이리라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놀라운 변칙 장르 영화는 관객을 편안한 몽상으로 끌어들이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본색을 드러낸다. 관객의 기대를 성공적으로 배반하는 영화 〈마담 뺑덕〉은, 어쩌면 그간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으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흥행으로 보답 받지는 못했던 임필성 감독에게 분수령이 될지도 모르겠다.
젊고 근사한 문학 교수 학규는 어린 학생과 관련된 추문에 말려든 뒤 낙향하여 야학을 지도하면서 재임용을 기다린다. 글을 쓰고 혼자 술을 마시며 원치 않았던 체류 기간을 보내던 그는 스무 살 연하인 순진한 소녀 덕희와 격정적인 불륜에 빠져든다. 문제는 서울에 병든 아내와 방치된 딸이 있다는 사실. 정직이 풀리고, 그는 자신이 떠나 있었던 동안 했던 행동들을 쉬이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임필성은 소박한 공동체와 잘생긴 방문자를 소개하는 도입부를 통해서 통상 이런 장르에 기대함 직한 수준을 상회하는 서정적이고 단아한 미장센을 선보이며 로맨스의 기초를 우아하게 닦아낸다. 이것이 다시 주연 배우들의 선명한 존재감과 활력 넘치는 화학 작용과 결합하면서 〈마담 뺑덕〉은 관객을 몽롱하게 하는 멜로드라마로 출발하지만, 잠시 후 임필성은 달콤한(금단의 달콤함이기는 해도) 희롱을 격정에 찬 불륜으로 바꿔놓으면서 판돈을 올리고, 이어 플롯이 큰 전환을 맞이하면서 판돈은 더욱 커져만 간다.
로맨스가 갑작스럽게 끝나고 집안에 음울한 사건이 벌어진 후, 이야기는 몇 년을 건너뛴다. 이제 학규는 시력을 잃어가며, 덕희가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그의 삶에 다시 나타난다. 섹스, 과잉, 암울함과 폭력이 위태로이 뒤섞여 폭풍과도 같은 스릴의 물결을 만들어내면서, 한국의 고전 설화인 심청전을 골조로 하되 그 지향점을 뒤바꾸어 탐욕과 복수가 돌고 도는 칠흑 같은 이야기로 재구성해낸다.
〈마담 뺑덕〉은 예기치 않은 전환들로 스릴을 안겨주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또한 오랜 우상인 정우성과 신인 이솜의 발견이라는 점에서도 놀랍다. 1997년에 나온 출세작 〈비트〉 이래 정우성은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이가 찾는 얼굴 중 하나였다. 늘 조용하며 대체로 낭만적인 역할을 연기해온 그는 여심을 사로잡는 데에는 탁월했으나 언제나 평론가들의 마음까지 빼앗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그가 작년에는 〈감시자들〉(작년 토론토 영화제에 초청되었다)에서 냉혹한 악당을 연기하며 안전지대를 벗어나더니, 이번 최신작에 이르러서는 근사하고 정제된 외모 밑에 깔린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성격을 드러내면서 수년간 주의 깊게 연마해온 자신의 이미지를 끌어안는 동시에 부수어내는, 연기 경력 사상 가장 다층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젊은 신인 배우 이솜도 그에 맞먹는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조역을 거친 끝에 첫 주역을 맡은 그녀는 묘한 매력을 풍기며 설득력 있는 이중성을 발산한다. 상냥하고 순진한 시골 소녀였다가 이내 몇몇 아주 위험한 장면을 통해 자신의 걷잡을 수 없는 성적 욕망을 깨닫게 되는 덕희를 연기한 이솜은 캐릭터가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하기 전부터 이미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그녀는 순수함은 벗어던졌지만 여전히 연약한 면모를 지닌, 보기 드물게 다층적인 팜므 파탈을 구현하여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임필성은 〈남극일기〉나 〈핸젤과 그레텔〉 같은 야심찬 장르 영화를 통해 근사한 미장센과 영화 언어의 작용 방식에 관한 빈틈없는 이해를 드러내며 자신이 시각 매체의 달인임을 입증한 바 있다. 그의 영화는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주목할 만한 영화적 흐름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남극일기〉의 나른한 정밀함이나 〈핸젤과 그레텔〉의 형형색색 장식이 서사나 캐릭터를 부수적인 것으로 밀려나게 한다고 여겼다. 2012년 작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연출했던 것을 제외하면 7년만의 연출작인 〈마담 뺑덕〉에서, 임필성은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인 듯 우선 관객을 무엇보다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 후, 서사의 진행에 맞추어 자신의 영화적 기교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나는 그의 이전 작품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임필성이 다른 방식을 선택하여 자신의 시각적 화려함을 희생하지 않고도 더 많은 관객의 마음에 들 만한 신작을 내놓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 정우성과 이솜의 놀라운 변신을 뽐내며 장르의 경계를 은밀히 넘나드는 영화 〈마담 뺑덕〉은 한국 특유의 맛이 실린 스타일리쉬한 네오 필름 누아르다.
원문 : Toronto 2014 Review: Stylish And Well Performed, SCARLET INNOCENCE Surprises And Delights
비주얼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려진 임필성 감독의 최신작 〈마담 뺑덕〉은 한국 설화를 바탕으로 하며 부드러운 질감의 로맨틱 멜로드라마처럼 시작되는 탓에, 이 영화가 한국 관객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 내수용 영화이리라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놀라운 변칙 장르 영화는 관객을 편안한 몽상으로 끌어들이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본색을 드러낸다. 관객의 기대를 성공적으로 배반하는 영화 〈마담 뺑덕〉은, 어쩌면 그간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으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흥행으로 보답 받지는 못했던 임필성 감독에게 분수령이 될지도 모르겠다.
젊고 근사한 문학 교수 학규는 어린 학생과 관련된 추문에 말려든 뒤 낙향하여 야학을 지도하면서 재임용을 기다린다. 글을 쓰고 혼자 술을 마시며 원치 않았던 체류 기간을 보내던 그는 스무 살 연하인 순진한 소녀 덕희와 격정적인 불륜에 빠져든다. 문제는 서울에 병든 아내와 방치된 딸이 있다는 사실. 정직이 풀리고, 그는 자신이 떠나 있었던 동안 했던 행동들을 쉬이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임필성은 소박한 공동체와 잘생긴 방문자를 소개하는 도입부를 통해서 통상 이런 장르에 기대함 직한 수준을 상회하는 서정적이고 단아한 미장센을 선보이며 로맨스의 기초를 우아하게 닦아낸다. 이것이 다시 주연 배우들의 선명한 존재감과 활력 넘치는 화학 작용과 결합하면서 〈마담 뺑덕〉은 관객을 몽롱하게 하는 멜로드라마로 출발하지만, 잠시 후 임필성은 달콤한(금단의 달콤함이기는 해도) 희롱을 격정에 찬 불륜으로 바꿔놓으면서 판돈을 올리고, 이어 플롯이 큰 전환을 맞이하면서 판돈은 더욱 커져만 간다.
로맨스가 갑작스럽게 끝나고 집안에 음울한 사건이 벌어진 후, 이야기는 몇 년을 건너뛴다. 이제 학규는 시력을 잃어가며, 덕희가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그의 삶에 다시 나타난다. 섹스, 과잉, 암울함과 폭력이 위태로이 뒤섞여 폭풍과도 같은 스릴의 물결을 만들어내면서, 한국의 고전 설화인 심청전을 골조로 하되 그 지향점을 뒤바꾸어 탐욕과 복수가 돌고 도는 칠흑 같은 이야기로 재구성해낸다.
〈마담 뺑덕〉은 예기치 않은 전환들로 스릴을 안겨주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또한 오랜 우상인 정우성과 신인 이솜의 발견이라는 점에서도 놀랍다. 1997년에 나온 출세작 〈비트〉 이래 정우성은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이가 찾는 얼굴 중 하나였다. 늘 조용하며 대체로 낭만적인 역할을 연기해온 그는 여심을 사로잡는 데에는 탁월했으나 언제나 평론가들의 마음까지 빼앗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그가 작년에는 〈감시자들〉(작년 토론토 영화제에 초청되었다)에서 냉혹한 악당을 연기하며 안전지대를 벗어나더니, 이번 최신작에 이르러서는 근사하고 정제된 외모 밑에 깔린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성격을 드러내면서 수년간 주의 깊게 연마해온 자신의 이미지를 끌어안는 동시에 부수어내는, 연기 경력 사상 가장 다층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젊은 신인 배우 이솜도 그에 맞먹는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조역을 거친 끝에 첫 주역을 맡은 그녀는 묘한 매력을 풍기며 설득력 있는 이중성을 발산한다. 상냥하고 순진한 시골 소녀였다가 이내 몇몇 아주 위험한 장면을 통해 자신의 걷잡을 수 없는 성적 욕망을 깨닫게 되는 덕희를 연기한 이솜은 캐릭터가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하기 전부터 이미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그녀는 순수함은 벗어던졌지만 여전히 연약한 면모를 지닌, 보기 드물게 다층적인 팜므 파탈을 구현하여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임필성은 〈남극일기〉나 〈핸젤과 그레텔〉 같은 야심찬 장르 영화를 통해 근사한 미장센과 영화 언어의 작용 방식에 관한 빈틈없는 이해를 드러내며 자신이 시각 매체의 달인임을 입증한 바 있다. 그의 영화는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주목할 만한 영화적 흐름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남극일기〉의 나른한 정밀함이나 〈핸젤과 그레텔〉의 형형색색 장식이 서사나 캐릭터를 부수적인 것으로 밀려나게 한다고 여겼다. 2012년 작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연출했던 것을 제외하면 7년만의 연출작인 〈마담 뺑덕〉에서, 임필성은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인 듯 우선 관객을 무엇보다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 후, 서사의 진행에 맞추어 자신의 영화적 기교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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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2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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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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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정우성과 이솜의 연기가 좋은가 보네요.얼렁 보고 싶네요.
13:26
14.09.20.
2등
다크맨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3:32
14.09.20.
3등
와.. 평가 좋네요.
깔끔한 번역 수고하셨습니다.^^
13:36
14.09.20.
해외에서 호평이 쏟아지는군요! ^^
이솜씨도 기대이상으로 잘해준 모양이예요
14:43
14.09.20.
평이 좋네요. 기대기대~~!!
17:02
14.09.20.
전 하이힐에서 이솜을 보고 저 뇨자..뭐염..했더만 ㅋㅋㅋ
20:33
14.09.20.
기대됩니다.
01:09
14.09.21.
와우 평이 엄청 좋네요
17:30
14.09.21.
팡틴
축하해~! 팡틴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17:30
14.09.21.
이솜이 과연 어디까지...기대 되네요.
01:11
14.09.22.
스타일리쉬 네오 필름 느와르라니 무척 기대되는군요.
06:17
14.09.22.
김치콕
축하해~! 김치콕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06:17
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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