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2
  • 쓰기
  • 검색

〈마담 뺑덕〉 2014 토론토 국제영화제 리뷰

sabbath
6086 2 12
 Twitchfilm의 Pierce Conran이 2014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마담 뺑덕〉을 보고 쓴 리뷰를 옮겼습니다.

 원문 : Toronto 2014 Review: Stylish And Well Performed, SCARLET INNOCENCE Surprises And Delights





 비주얼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려진 임필성 감독의 최신작 〈마담 뺑덕〉은 한국 설화를 바탕으로 하며 부드러운 질감의 로맨틱 멜로드라마처럼 시작되는 탓에, 이 영화가 한국 관객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 내수용 영화이리라 착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놀라운 변칙 장르 영화는 관객을 편안한 몽상으로 끌어들이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본색을 드러낸다. 관객의 기대를 성공적으로 배반하는 영화 〈마담 뺑덕〉은, 어쩌면 그간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으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작품을 만들었지만 흥행으로 보답 받지는 못했던 임필성 감독에게 분수령이 될지도 모르겠다.

 젊고 근사한 문학 교수 학규는 어린 학생과 관련된 추문에 말려든 뒤 낙향하여 야학을 지도하면서 재임용을 기다린다. 글을 쓰고 혼자 술을 마시며 원치 않았던 체류 기간을 보내던 그는 스무 살 연하인 순진한 소녀 덕희와 격정적인 불륜에 빠져든다. 문제는 서울에 병든 아내와 방치된 딸이 있다는 사실. 정직이 풀리고, 그는 자신이 떠나 있었던 동안 했던 행동들을 쉬이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임필성은 소박한 공동체와 잘생긴 방문자를 소개하는 도입부를 통해서 통상 이런 장르에 기대함 직한 수준을 상회하는 서정적이고 단아한 미장센을 선보이며 로맨스의 기초를 우아하게 닦아낸다. 이것이 다시 주연 배우들의 선명한 존재감과 활력 넘치는 화학 작용과 결합하면서 〈마담 뺑덕〉은 관객을 몽롱하게 하는 멜로드라마로 출발하지만, 잠시 후 임필성은 달콤한(금단의 달콤함이기는 해도) 희롱을 격정에 찬 불륜으로 바꿔놓으면서 판돈을 올리고, 이어 플롯이 큰 전환을 맞이하면서 판돈은 더욱 커져만 간다.

 로맨스가 갑작스럽게 끝나고 집안에 음울한 사건이 벌어진 후, 이야기는 몇 년을 건너뛴다. 이제 학규는 시력을 잃어가며, 덕희가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그의 삶에 다시 나타난다. 섹스, 과잉, 암울함과 폭력이 위태로이 뒤섞여 폭풍과도 같은 스릴의 물결을 만들어내면서, 한국의 고전 설화인 심청전을 골조로 하되 그 지향점을 뒤바꾸어 탐욕과 복수가 돌고 도는 칠흑 같은 이야기로 재구성해낸다.

 〈마담 뺑덕〉은 예기치 않은 전환들로 스릴을 안겨주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또한 오랜 우상인 정우성과 신인 이솜의 발견이라는 점에서도 놀랍다. 1997년에 나온 출세작 〈비트〉 이래 정우성은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이가 찾는 얼굴 중 하나였다. 늘 조용하며 대체로 낭만적인 역할을 연기해온 그는 여심을 사로잡는 데에는 탁월했으나 언제나 평론가들의 마음까지 빼앗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그가 작년에는 〈감시자들〉(작년 토론토 영화제에 초청되었다)에서 냉혹한 악당을 연기하며 안전지대를 벗어나더니, 이번 최신작에 이르러서는 근사하고 정제된 외모 밑에 깔린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성격을 드러내면서 수년간 주의 깊게 연마해온 자신의 이미지를 끌어안는 동시에 부수어내는, 연기 경력 사상 가장 다층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젊은 신인 배우 이솜도 그에 맞먹는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조역을 거친 끝에 첫 주역을 맡은 그녀는 묘한 매력을 풍기며 설득력 있는 이중성을 발산한다. 상냥하고 순진한 시골 소녀였다가 이내 몇몇 아주 위험한 장면을 통해 자신의 걷잡을 수 없는 성적 욕망을 깨닫게 되는 덕희를 연기한 이솜은 캐릭터가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하기 전부터 이미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그녀는 순수함은 벗어던졌지만 여전히 연약한 면모를 지닌, 보기 드물게 다층적인 팜므 파탈을 구현하여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임필성은 〈남극일기〉나 〈핸젤과 그레텔〉 같은 야심찬 장르 영화를 통해 근사한 미장센과 영화 언어의 작용 방식에 관한 빈틈없는 이해를 드러내며 자신이 시각 매체의 달인임을 입증한 바 있다. 그의 영화는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주목할 만한 영화적 흐름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남극일기〉의 나른한 정밀함이나 〈핸젤과 그레텔〉의 형형색색 장식이 서사나 캐릭터를 부수적인 것으로 밀려나게 한다고 여겼다. 2012년 작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연출했던 것을 제외하면 7년만의 연출작인 〈마담 뺑덕〉에서, 임필성은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인 듯 우선 관객을 무엇보다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 후, 서사의 진행에 맞추어 자신의 영화적 기교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나는 그의 이전 작품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임필성이 다른 방식을 선택하여 자신의 시각적 화려함을 희생하지 않고도 더 많은 관객의 마음에 들 만한 신작을 내놓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 정우성과 이솜의 놀라운 변신을 뽐내며 장르의 경계를 은밀히 넘나드는 영화 〈마담 뺑덕〉은 한국 특유의 맛이 실린 스타일리쉬한 네오 필름 누아르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2

  • 리플리컨트
    리플리컨트
  • golgo
    golgo

댓글 12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정우성과 이솜의 연기가 좋은가 보네요.얼렁 보고 싶네요.
13:26
14.09.20.
2등
다크맨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3:32
14.09.20.
profile image 3등

와.. 평가 좋네요.

깔끔한 번역 수고하셨습니다.^^

13:36
14.09.20.
profile image

해외에서 호평이 쏟아지는군요! ^^

이솜씨도 기대이상으로 잘해준 모양이예요

14:43
14.09.20.
profile image

전 하이힐에서 이솜을 보고 저 뇨자..뭐염..했더만 ㅋㅋㅋ

20:33
14.09.20.
포인트팡팡녀!
팡틴
축하해~! 팡틴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17:30
14.09.21.
profile image
스타일리쉬 네오 필름 느와르라니 무척 기대되는군요.
06:17
14.09.22.
포인트팡팡녀!
김치콕
축하해~! 김치콕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06:17
14.09.22.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범죄도시 4] 호불호 후기 모음 3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3일 전08:38 15947
HOT ‘범죄도시 4‘ 200만 돌파 2 crazylove 1시간 전08:48 510
HOT 파라마운트 플러스,1968년 고전 호러 <악마의 씨> 프... 2 Tulee Tulee 2시간 전08:20 209
HOT 이스마일 코프-K 피리어드 미디어-김지운,편혜영 심리 스릴... 1 Tulee Tulee 2시간 전08:18 158
HOT 프란시스 갈루피,호러 프랜차이즈 <이블 데드> 시리즈... Tulee Tulee 2시간 전08:17 146
HOT 한지민 Golden dew 2024 HERITAGE collection e260 e260 2시간 전07:36 192
HOT 그레타 거윅 ‘나니아’ 8월 촬영 예정 NeoSun NeoSun 3시간 전07:03 459
HOT ‘킹덤 오브더 플래닛 오브더 에입스’ 뉴 포스터 NeoSun NeoSun 3시간 전07:01 217
HOT White heat (1949) 후대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필름 느와르... BillEvans 7시간 전03:17 267
HOT 범죄도시 (2024) 왜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하는가? 스포일러 ... 1 BillEvans 7시간 전02:44 679
HOT 범죄도시 관객수 비교(3일차) 1 초우 10시간 전00:06 2317
HOT 2024년 4월 26일 국내 박스오피스 1 golgo golgo 10시간 전00:01 1644
HOT <샤이닝>(1980) 비하인드 씬 4 카란 카란 10시간 전00:00 857
HOT CGV 여의도 경품 현재상황 (오후 11시 57분에 찍은 사진) 2 HarrySon HarrySon 10시간 전23:59 361
HOT <시티헌터> 스즈키 료헤이가 배역에 철저하게 몰입하... 8 카란 카란 10시간 전23:29 1332
HOT <볼트>를 보고 나서 (스포 O) -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 6 톰행크스 톰행크스 11시간 전23:16 492
HOT 범죄도시4 리뷰 (약호!) 약스포..? 2 보가킹 보가킹 11시간 전23:15 592
HOT 범죄도시 4 보다가 졸았습니다.. (노스포/리뷰) 6 조사자 11시간 전23:09 1811
HOT 범죄도시 4 (호 후기) 다만 관크가ㅠㅠ(노스포/리뷰) 3 angel 11시간 전22:45 723
HOT 시티헌터 촬영이라 가부키쵸 촬영허가 받았다네요 3 GI GI 12시간 전21:31 1280
1134229
normal
빈스과랄디 빈스과랄디 21분 전09:59 144
1134228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09:03 290
1134227
image
crazylove 1시간 전08:48 510
113422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37 140
1134225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8:32 356
1134224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08:20 209
1134223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08:20 150
1134222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08:19 107
1134221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08:19 120
1134220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08:18 157
1134219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08:18 158
1134218
image
Tulee Tulee 2시간 전08:17 146
1134217
normal
dindaruff 2시간 전07:46 685
1134216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7 136
1134215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6 315
1134214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6 192
1134213
image
e260 e260 2시간 전07:35 191
1134212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7:17 313
1134211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7:11 503
1134210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7:06 315
1134209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7:03 459
113420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7:01 217
1134207
normal
BillEvans 7시간 전03:17 267
1134206
normal
BillEvans 7시간 전02:44 679
1134205
image
초우 10시간 전00:06 2317
1134204
image
golgo golgo 10시간 전00:01 1644
1134203
image
카란 카란 10시간 전00:00 857
1134202
image
HarrySon HarrySon 10시간 전23:59 361
1134201
normal
hera7067 hera7067 10시간 전23:55 287
1134200
normal
hera7067 hera7067 10시간 전23:52 249
1134199
image
카란 카란 10시간 전23:29 1332
1134198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11시간 전23:16 492
1134197
normal
보가킹 보가킹 11시간 전23:15 592
1134196
normal
조사자 11시간 전23:09 1811
1134195
normal
angel 11시간 전22:45 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