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영화제] 《괴물》못다한 이야기
어렸을 때 본 《괴물》
유니버셜, 파라마운트 직배계통의 영화사가 UIP였다면 그걸 출시하는 비디오 회사는 CIC였지요. 당시 존 카펜터의 영화 《괴물》역시 CIC를 통해 출시가 되었습니다.
인간 형상을 한 괴물의 모습이 그려진 검은 바탕의 스틸컷이 표지로 사용되었고 등급도 빨간 색의 연소자 관람불가가 아닌 검은 바탕의 '미성년자 관람불가'였습니다. ㅋㅋ
아마도 영화가 잔혹하고 해서 기상천외한 등급을 매긴건 아닌가 하기도 하는데...
영화가 되게 심심하고(특히 요즘 MB스타일처럼 정신 없는 영화에 익숙한 세대에겐) 대사도 거의 없고 침울하고 특히나 여자가 안 나오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어서 한 다섯 번은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십여년 만에 다시 보니 안 보이던게 보이더군요. 특히 인간 사이의 갈등과 저놈이 외계인은 아닐까 하는 쫄깃한 긴장감 등등...
역시 좋은 영화는 다시 봤을 때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영화 같습니다. 코드를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수 있고 저처럼 장르적인 쾌감에 충실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죠. 그 재미는 편견 없이 모두 존중 받아야겠지요.
모든 메이저 영화사를 돌았으나...
사실 '일반적으로' 존 카펜터가 메이저 제작 혹은 배급망을 타서 잘 되었던 역사가 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초기 저예산 호러영화를 빼면 그는 메이저 영화사들을 돌며 영화를 찍은 게 맞기는 하죠.
존 카펜터의 최대의 괴작이라는 '빅 트러블'은 아마 그가 유일하게 폭스사까지 왔다 갔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고
놀랐던 게 파라마운트 배급이었던 'LA탈출'의 제작비가 5천만 달러였던 걸 보면 참 도전적이구나 싶기도 하지요.
이전에 '스타맨'을 통해 소니쪽과도 인연이 닿았지만 저는 소니와 존 카펜터하면 생각나는 게 저는 좋아하지만 남들은 망작이라 부르는 '화성의 유령들'입니다. 3천만달러 가까이 들인 이 영화는 평단의 혹평과 함께 시원~하게 말아먹었죠.
존 카펜터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워너에서 '더 워드'를 배급하긴 했지만 사실상 이것도 영국쪽에서만 이루어져서 엄연히 워너쪽 영화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결국 미국에선 2차매체로 직행...
어쨌든 결과적으론 미국의 주요 영화사의 배급망을 타는 영화들을 만들었으나 안타깝게 상업적으로 재미를 못 본데다 현재 쏟아져나오는 영화들에 비해 올드한 연출 스타일로 이젠 점점 그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록 조금 된 작품이지만 그래도 그에겐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마스터즈 오브 호러의 '담배자국' 챕터를 보며 이제 존 카펜터가 살아나나 싶었는데 아쉽네요.
내가 생각한 존 카펜터의 적자는 닐 마셜
이용철 평론가님이 뤽 베송의 할리우드 영화들은 존 카펜터에서 가져왔다는 말씀을 하신 바가 있는데 부분적으로 동의하지만 저는 '호러'와 '액션'의 장르적 결합이나 폐쇄 공간에서의 인간군상들, 마초라고는 볼 수 없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남성미는 존 카펜터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가장 피할 수 없는 작품은 아무래도 '둠스데이'일테지요. 원안이 되었을 법한 '탈출' 연작은 스네이크라는 먼치킨 캐릭터의 활극을 보여주었다면 '둠스데이'는 같은 소재를 창의적으로 변화시킵니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에 대한 평가에 대해 익무 필진인 김봉석님이나 다크맨님은 우호적이었던 반면 평식 형님(!) 같은 분들은 혹평을...
'괴물'과 비견할 수 있는 영화는 아무래도 '디센트'겠지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좁은 공간에 단순히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크리처)를 적으로 삼은 것 뿐이 아닌 내부의 인간들의 갈등 구조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견할 만 하겠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미국 감독과 영국 감독이라는 차이일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한 명은 서부극을 다른 한 명은 기사들의 이야기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는 점이겠지요.
아직 그가 만든 장편 영화가 네 편 밖에 되지 않아서 이런 판단을 내리긴 그렇지만 존 카펜터가 추구하던 세계관을 자신만의 색채로 묘사하는 이 영국감독의 행보가 기다려지는 건 사실입니다.
* 이것도 우연인지 닐 마셜도 데뷔작 '독 솔저'를 제외하곤 2.35:1 비율을 쓰고 있네요.
raSp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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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눈팅만 주로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 많은 영화적 지식(!)은 마니아의 요소가 다소 강한(!) 익뮤가 최고라는 것에도 한 몫을 합니다.
윗 글을 읽고 제 생각을 복기하면서 첨언해 보자면 인간과 크리쳐('어떤' 대상물)과의 대립은 표면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크리쳐라는 가시적 대상물은 공포의 대상이지, 불안의 요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불안은 실체가 없는 '어떤 것thing'에서 일어나니까요.
그러므로 서사의 중심점으로 들어가면 닫힌(갇힌) 공간 안에서 결국 인간들, 나와 너의 '보이지 않는' 불안의 요소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그러면서 관계성이 파괴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어제 다시 본 82년 작 <괴물thing>의 감상은 김종철님, 이용철 평론가님의 언변과 더불어 이러한 제 생각을 더 확장시켜 주었다 여겨집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건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2010년 작 브렉 앤더슨의 <Vanishing on 7th Street>가 인간의 불안 요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주는 영화가인 듯 싶네요.~;]
그러나 《GP 506》이라는 영화가 있었으나...
공수창 이 아저씨는 지금 뭐 먹고 살고 있으려나...
그렇네요. <gp 506>도 있었네요~그러고 보니 공수창의 전작 <알포인트>도 귀신을 등장시키긴 했어도 '어떤' 것의 불안함을 잘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진지하기 보다는 멋진 밥상을 읽고 나니 제 생각의 주절거림 숟가락을 놓은 ...~쿨럭ㅋ ^^;;;
닐 마샬 <둠스데이> 재밌었는데...
요즘은 미드 쪽으로 활동하는 것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