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달콤한 악몽> - 기성품에선 느낄 수 없는 기묘한 정서
어제 <더블 : 달콤한 악몽>을 봤는데 미장센, 촬영, 연기, 음악 모든 것 다 흥미로웠어요.
이게 사실 한번 보고는 찬찬히 분석하고 살펴볼 것은 아닌지라,
우선은 그냥 두서없이 오랫동안 수다를 떨고 싶은 뭐 그런 영화였어요.
그래서 두서없이 써보는 단상.
우선 미장센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요.
영화 속 세계관을 단단히 짜여지고 기묘하게 통제되고 있는 분위기로 설정함으로써,
사실상 부조리극인 이 영화에 괴상한 설득력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같이 본 형이랑 얘기 했었지만 <블레이드 러너>나 <메트로 폴리스>와 같은
SF영화나 6~70년대 영화들의 향취가 물씬 풍깁니다.
아마 감독이 영향 받거나 좋아하는 것들을 이것저것 집어넣은 듯 한데,
이게 꽤 성공적이어서 이 영화 자체만의 개성을 만들어 주더라구요.
전개의 측면에서도 "이게 중요한지 알았지? 근데 사실 하나도 안중요해. 근데 그렇다고 다른게 중요한 것도 아니야.
근데 또 그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ㅋㅋㅋㅋㅋㅋ"와 같은 태도가 계속 이어집니다.
만약에 몇 부분만 이랬다면 단순히 감독의 역량 문제라고 생각했겠지만 영화 내내 이런 식의 전개를 해버리니.
만약에 감독이 아무런 생각을 안했다고 해도 저같이 파닥파닥 낚이는 인간이 생겨나버립니다.
음악도 기가 막힙니다. <어톤먼트>처럼 타자기의 효과음으로 묘한 비트를 만들어 내지를 않나,
6~70년대 일본 그룹사운드의 곡인 듯 한 것들이 계속 흘러나오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땐 신중현이 쓰고 김정미가 부른 <햇님>이 삽입되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었지만 특수효과도 그렇고 배경도 세트라는 티를 팍팍내고 음악까지 과거 SF영화스러운 태도를 계속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 여러 번 반복되는 TV 시리즈는 이런 감독의 태도를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영화에서 해석해낼 수 있는 메시지도 사람마다 다를 듯 합니다.
제 경우에는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은 타인의 태도를 통해서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죠.
생각해보면 사실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거울을 통할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여튼 확실히 헐리우드 '기성품'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정서를 계속 뿜어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요즘엔 음악이든 영화든 이런 것들이 좋더라구요.
그냥 무난하게 잘빠진 그런 영화보다, 일정부분 단점이 있더라도 영화 자체에 어떤 것이라도 명확한 인장이 찍혀있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이제 2014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개성넘치는 영화들을 좀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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