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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의 마중]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들의 상처

바바 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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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의 마중'은 중국을 대표하는 거장 장예모 감독과, 중국 최고의 여배우인 공리가 '황후화'이후 8년만에 다시 함께 작업한다는 이유로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5일의 마중'은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되는 작품입니다. 저도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할 예정이긴 하지만, 이미 영화의 개봉일이 10월에 잡혀있던 터라, 굳이 영화제에서 볼 필요는 없겠다싶어, 이 영화를 일정에 집어넣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부산에 가기 전에 시사회를 통해 미리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는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눈에 띄였는데, 영화를 곱씹어 보다보니 오히려 짙은 여운이 깊게 남는 작품입니다.

 

  감옥에서 탈출한 루옌스(진도명)는 아내 펑(공리)을 만나기 위해 집으로 향하지만 안타깝게도 만나지 못합니다. 펑은 루가 남긴 편지를 받고 기차역으로 달려가지만 루는 다시 잡혀가고 맙니다. 3년 후 루는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만, 펑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루는 집 근처에서 그녀를 지켜보며 살아가게 됩니다. 5일에 집으로 돌아온다는 루의 편지만을 기억한 채, 펑은 매달 기차역을 찾지만 루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데자뷔 현상으로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펑에게 예전의 사진을 보여주는 딸 단단, 루는 펑의 집에 찾아가 그 동안 펑에게 썼던 편지를 읽어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펑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피아노 조율을 원하는 펑을 위해 조율을 공부해 펑의 집으로 찾아간 루. 그는 과거 펑에게 들려주었던 그녀를 위한 피아노곡을 연주합니다. 과연 펑은 예전의 기억을 되찾고 부부는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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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이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전에 장예모 감독에 대해 먼저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장예모 감독은 첸 카이거 감독과 함께 대표적인 중국 5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감독으로, 그는 화려한 색채미와 영상미로 중국 영화를 세계에 널린 알린 감독으로 불리우고 있는 분입니다. 장예모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한 몇 안되는 감독 중 하나인데, 베니스 영화제에서 제일 높은 상인 황금사자상을 2회, 은사자상을 1회 수상하였으며,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까지 수상한 명장 감독입니다. 우리나라 영화감독님 중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한 분은 김기덕 감독님이 유일한데, 그 중 칸 영화제 수상은 비경쟁 부문 수상이라, 관점에 따라 그가 온전히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했다고 보기 힘들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선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한 감독은 전혀 없게 되는 것이죠. 그만큼 장예모 감독의 수상실적은 폄하할 수 없는, 굉장한 실적입니다.

 

  다만 '영웅'부터 그의 작품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여론이 일기 시작하는데, 작품 규모가 커지는 데 반해 그의 작품에서 현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은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중국 정부에 대한 찬양 일색의 영화를 주로 만든다는 점 때문입니다. 사실 '5일의 마중'에서 제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 또한 그의 정치색과 관련한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장예모 감독의 작품 중 '영웅'을 정말 싫어하는 이유가, 중국 정부를 너무나도 의식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중국 정부를 찬양하는 내용이 주가 될까 우려했는데, 영화 '5일의 마중'에서는 대놓고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은근히 정부에 대한 시선이 묻어나있었습니다. 장예모 감독이 중국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 감독이고, 그 동안 어떤 영화를 만들어왔는지 모르지 않기 때문에, 이번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이런 부분이 굉장히 거슬렸습니다. 이런 선입견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는 이 영화의 장점보다는 단점들이 훨씬 눈에 들어왔던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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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영화를 볼 때에는 문화 대혁명이 얼마나 커다란 사건이었는지 가늠하지 못했나 봅니다. 영화를 한참 곱씹어보니, 이 영화를 그냥 그런 신파 영화로 넘길 수 없는 지점들이 존재했습니다. 루옌스를 포함한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서민들입니다. 누군가는 문화 대혁명을 지지하기도 했고, 어떤 이는 반역자로 지목받기도 했습니다만, 문화 대혁명은 그들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 영화가 취한 결말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덤덤하게 그리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수록 영화가 표현하려했던 깊이감이 확 느껴지더군요.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연기와 관련한 부분이었는데, 연기에 있어서는 극찬을 아끼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말 좋았습니다. 공리는 한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펑완위 역할을 인상적으로 소화해냈는데요, 지금까지 기억을 잃어가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는 참 많이 봐왔지만, 공리처럼 기품, 품위를 잃지않으면서도 이렇게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최고네요. 루옌스를 연기한 진도명의 순애보 연기 또한, 꽤 인상적이었는데, 우리나라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정우성의 가슴 절절한 연기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두 사람 사이의 딸인 단단 역의 장혜문 또한 굉장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자신의 욕망 속에서 복잡한 감정을 잘 소화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꾹꾹 억누르는 연기가 압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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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그냥 대충 보고 넘기면, 중국 버전의 짝퉁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아닌가하고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그런 신파로 이해하고 넘기기엔 이 영화가 지닌 가치가 꽤 크며, 장예모 감독의 전작들에서 봐온 그의 정치관 때문에, 이 영화 또한 선입견을 갖고 본 제가 너무 창피하더군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문화 대혁명이 얼마나 큰 사건이었는지 잘 모르지만, 중국에서는 쉽게 잊을 수 없을만큼 커다란 상처였을 겁니다. 그들의 역사를 알고본다면 이 영화의 여운은 훨씬 오래 남을 것 같네요. 기억을 잃어가는 펑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편지를 읽어주는 루옌스의 모습은, 중국 인민들에게 영화를 통해 아픈 중국의 역사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장예모 감독 본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문화 대혁명의 상처, '5일의 마중'입니다.  

 

  * 소지섭씨는 '필로미나의 기적'에 이어 '5일의 마중'에도 공동 투자를 했네요! :) 영화사 '찬란'에서 수입하는 영화 중 괜찮은 영화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예정인가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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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투자에 소지섭 이름이 있길래 제작 단계부터 투자를 했나? ㄷㄷ 했더니 수입 과정에서 투자를 했나보네요. 

20:52
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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