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A] 한공주(2013)
성폭행 피해자와 그 주변 환경에 관한 영화라는 얘기만 듣고 갔다가
하소연할 곳 없는 봉변을 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이수진 감독과의 인터뷰까지 함께 했는데,
영화 내용을 되새길수록 참 징한 분 같았습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연출할 수 있었는지..
남자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불편할 수 있습니다만
연출력과 주제의식이 뛰어나다고 판단되서 추천합니다.
연출력은 별 이견이 없는 것 같지만,
감독이 말하려고 했던 주제가 뭐였을까에 대해서는
관객들마다 다양한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사건으로 추정되는 실화때문에
정의구현이나 사회고발의 기준에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좀 멀리 나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감독은 인터뷰 중에 "한공주"는 특정사건보다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했던 성폭행사건을 참고로 했고,
자료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밖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어떻게 사회를 바꿔보자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듣게 됐고, 알게 된 사건들 속에서
마음 속에 담아둘 수 밖에 없었던 갑갑함을
영화로 표현했다는 식이었다고 기억됩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카메라는 거의 시종일관 "한공주"를 따라다니고
대개는 뒤통수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로 만들려고 했거나 강하게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특정인물 못지 않게 다양한 시각과 그 주장들의 장단점
혹은 갈등의 핵심을 드러내려고 할 것 같습니다.
그 경우, 카메라는 주인공만 따라다니가 아주 어렵다고 봅니다.
따라서 카메라가 주인공에 집중한 건
감독 스스로 봐왔던 희생자들의 모습을
한 캐릭터로 모아내 보여주고,
그 소녀들의 죽음을 다시 되새김질(?)해 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회고발적인 성격이 없지는 않지만, 드라마 쪽에 더 치중해 있다고 봅여집니다.
대개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어떤 자살관련 책에 나오는 말인데, 살짝 흐려놨습니다.^^;;)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린 주인공을 차분히 관찰하게 하면서
감독 스스로 느꼈던 암울함내지는 무력감을 영화로 풀어내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내려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아주 몹쓸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얼떨결에 보게 된 관람자 대부분은
뱉어내기도 어려운 돌덩이를 당분간 품고 생활해야 할 상황입니다.
연출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요. ㅡㅡ;;
영화보다가 쿵쿵 내려않는 경험을 하는 게 흔치는 않습니다.
리플리컨트
댓글 0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