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뺑덕' 익무 스탭 별점평
치정 멜로를 앞세운 <마담 뺑덕>은 고전 <심청전>을 충실하게 각색했다. 공양미 삼백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졌더니 용왕을 만나고, 그 후 심봉사가 눈을 떴다네. 익숙한 <심청전>의 이야기와 캐릭터의 관계를 떠올리며, <마담 뺑덕>을 보면 고전의 재해석이 주는 흥미로운 요소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마담 뺑덕>은 욕망과 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심학규는 잠시 머문 동네에서 외로움을 덜고자 덕이를 선택했지만, 그녀는 생각이 다르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떠나고 싶어하는 젊은 여자에게, 잘생기고 능력있는 심학규는 사랑과 구원의 대상으로 다가선다. 그러나 둘의 관계를 단지 추억으로 남길 원하는 심학규와 완전한 결합을 꿈꾸는 덕이의 사랑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영화 홍보에서 강조하듯 <마담 뺑덕>은 버림받은 여자의 복수극이다. 또 한 편으론 욕망과 집착이 낳은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덕이의 복수는 심학규가 가진 모든 걸 빼앗는 것으로 진행된다. 악녀가 되어 돌아온 그녀는 한때나마 사랑했던 남자라고 해서 사정을 두지 않는다. 복수보다 흥미로운 것은 사랑하는 대상을 철저하게 망가뜨린 후,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하는 덕이의 뒤틀린 사랑에 대한 차가운 묘사다.
덕이를 연기한 이솜은 배우 경력에 가장 빛나는 작품을 손에 넣었다. 그녀는 막 사랑에 눈뜬 순진한 소녀 같은 모습에서 상처입은 악녀 양쪽 모두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임필성은 다듬어지지 않은 여배우가 가진 잠재력과 재능을 끄집어내는 재주가 탁월한데, 그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이솜은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 김종철 (다크맨)
미담 뺑덕의 주인공은 덕이다. 순진한 시골 소녀가 어쩌다가 원한에 사로잡힌 악녀가 되었을까. 이솜이 연기하는 덕이는 매력적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를 주고 파괴하려는 덕이에게 눈길이 간다. 후반부가 성기지만, 덕이의 파란만장한 역정이 쓰라리다. 덕이를 보는 즐거움.
★★★☆ 김봉석(makeneko)
심봉사와 뺑덕어멈 이야기의 현대적 각색이라는 뛰어난 아이디어가 품은 기대치가 너무 컸나. 좀 더 쫀득하고 치명적으로 매혹적이라면 고전 각색의 이정표가 되었을 것을... A급 배우 정우성의 망설임 없이 다 보여주는 연기에 박수를. 캐릭터 표현을 위한 최선의 자세는 CF 모델이 전업이 되어버린 수많은 배우들의 귀감이 될 터. 그의 유혹적인 눈빛과 육체만으로도 스크린을 가득 채울 정도다. 그에 비해 여성 캐릭터 묘사는 아쉬운 면이 많다. 복수의 이유는 진부하고 변신의 과정은 덜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후반부 심청의 활약은 허를 찌르며 쾌감을 선사한다. 역시 지금 현재는 10대 여자가 제일 과감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아쉬움.
★★★ 정민아(산호주)
임필성 영화의 원형은 '가족 트라우마'이며, 이는 오늘 <마담 뺑덕>(2014)을 보면서 재확인한 바다. <마담 뺑덕>에서도 결정적인 비극은 가족과 연결되어 있다. 이것에 관해 인터뷰 자리에서 임필성 감독에게 몇 번 물어보았으나, 무의식적으로 다루는 주제인지 딱히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그는 가족 트라우마에다 어릴 적 읽었을 법한 이야기를 결합해 각기 다른 장르영화를 만들어왔다. 한국 전례동화를 끌어들인 이번 영화의 장르는 멜로드라마(그리고 스릴러)다. 순진한 여성의 첫사랑과 복수의 이야기에서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막스 오퓔스의 <모르는 여인에게서 온 편지>(1948)와 찰스 재롯의 <깊은 밤 깊은 곳에>(1977)다. 도입부의 설정은 이런 류 영화의 오랜 관습을 따라 비슷한 점이 없지 않으나, <마담 뺑덕>의 이후 전개 방향은 사뭇 이채롭다.
크게 구분해 3개 부분으로 나뉘어질 수 있는 이야기로서, 1부는 심학규 2부는 덕이 3부는 (??)의 몫이다. 외관상 공을 들인 곳은 첫 번째 부분이다. 감정에 비교적 촘촘하게 다가선 1부에 비해, 2부와 3부로 갈수록 이야기에 몇몇 빈 곳이 드러난다. 전개 속도도 뒤로 가면서 숨 가쁘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인지 제작 상황에 따른 문제인지 나로서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이로 인해 영화가 재미없다, 고 단정지어 말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만약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해 자극을 받고 싶다면 <마담 뺑덕>은 좋은 선택은 못 된다. 감정이 출렁이는 멜로드라마가 아닌 까닭이다.
멜로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자기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혹은 그것과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악당인지 증명해야 한다. <마담 뺑덕>의 1부에서 학규와 덕은 그런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3부에 도착할 즈음, 운명은 학규와 덕이의 손을 떠난다.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인가. 임필성은 후자를 선택하기로 한 것 같다. 그리고 비록 멜로드라마의 기능에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며, 그것이 자신의 영화의 인장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분명 3부는 더 설명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몇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려본 결과, 이 영화의 신선함은 지금처럼 이야기의 기능적 재현, 딱 거기까지만 보여준 데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건조하고 무시무시한, 그래서 그 결말의 따뜻함이 더 살아나는 멜로드라마, 그게 <마담 뺑덕>이다. 이번에는 자기 고집을 많이 꺾었을 줄 알았는데 역시 임필성 영화는 임필성 영화다. <마담 뺑덕>은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한 감독의 작품이다.
★★★★ 이용철(ibuti)
(2014년 10월 2일 개봉)
익스트림무비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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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소재가 좀 진부한데, 어떨지 궁금하군요.
평들이 좋네요 한번보고싶네요
좋은 분위기군요!!!
생각보다 평점이 좋네요. 꼭 봐야 되겠네요.
흐음.... 이러면 또 관람 목록에 추가해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