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막 - '얼간이'들의 사랑과 영혼
아름다운 아내 '낙'과 뱃속의 아이를 두고 전쟁에 나간 '피막'은 사랑하는 그녀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만으로 전투에 임한다.
그는 가슴에 총탄을 맞는 부상에도 불굴의 의지를 발휘해 살아남아 마침내 집으로 돌아간다.
4명의 전우들과 함께 귀향한 '피막'은 아내와 꿈같은 재회에 행복해하지만 이내 아내에게 뭔가 이상한 일이 생겼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을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피막을 슬슬 피하고, 급기야는 전우들조차 피막의 아내를 두려워하며 그에게 그녀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을
전하고자 하지만, 낙의 무서운 눈초리에 겁을 먹은 그들은 그 사실을 피막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다.
결국 극도의 두려움 속에서도 살아남아야겠다는 본능에 힘입은 전우들은 저항하는 피막을 강제로 들쳐업고 도주를 시작하는데,
그들을 쫓는 낙의 모습에서 모든 진실이 드러난다.
피막을 보기 전 제목도 생소한 이 태국 영화에 대해서는,
전쟁을 나간 남편을 기다린 아내의 이야기 '매낙 프라카농'이라는 태국의 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해서 시사회 전날 ‘매낙 프라카농’ 설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검색해보니,
【'낙'은 아이를 낳다가 아이와 함께 죽은 여자 귀신의 이름이다. 태국인들은 여성이 출산 중에 아이와 함께 죽을 경우 매우 강력한 귀신으로
변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귀신을 '피 따이 홍 통 끄롬'이라고 한다.'낙'은 '매 낙 프라카농'을 짧게 줄여 부르는 이름으로 태국어로 '매는 엄마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태국인들이 그녀를 '야 낙'이라고 부른다.
야는 할머니라는 뜻. '매 낙'의 전설은 100여 년 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그녀를 존경하는 의미로 그렇게 부르는 듯하다.
'낙'은 남편 '막'과 행복하게 살던 중 남편이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임신하고 있던 '낙'은 남편이 떠난 사이 아이를 낳다가 아이와 함께
사망하지만 저승으로 가지 않은 귀신이 되어 죽은 아이를 키우며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빈집에 여자와 아기 귀신이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떨게 되고, 전쟁에서 돌아온 남편은 영문도 모른 채 귀신이 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지내게 된다.
하지만 아내의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마침내 보다 못한 친구와 동네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아이와 아내가 죽었음을 알려 준다.
화가 난 아내 '낙'은 마을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상심한 남편은 사원에 들어가게 된다.
남편을 찾아간 '낙'은 귀신이기 때문에 사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고 어느 승려가 '매 낙'의 영혼을 주문을 걸어
병에 가둬 강물에 버리게 된다. 그러나 낚시를 하던 두 어부가 이 병을 낚아 올리게 되고 그녀는 자유의 몸이 된다.
하지만 집에 돌아 왔을 때 남편은 이미 다른 여자와 같이 살고 있었고 화가 난 '낙'은 남편의 새 여자를 죽여 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지만, 다음 생에 환생하면 사랑하는 남편과 다시 함께 살 게 해주겠다는 승려의 약속에 살인을 멈추게 되고 남편도 불교에 귀의해
승려가 됐다고 한다.】
라는 내용이었다.
‘피막’은 이러한 설화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코믹, 호러, 로맨스를 섞은 다채로운 이야기로 관객에게 어필하려고 하는 것 같다.
영화는 시작부터 피막과 4명의 전우들을 엄청난 ‘얼간이’들로 그리고 있는데,
이는 영화의 중심 동력이 될 낙이 뿜어내는 공포 분위기의 극적인 설득력과 유머의 기틀로 작용하도록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얼간이’ 캐릭터가 대체적으로 억지스러운 유머를 자아내기는 하지만, 그 ‘얼간이’ 캐릭터는 스산하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낙이라는
귀신의 공포와 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도, 간간히(이외에는 대부분은 다소 어이없는 웃음이지만)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이러한 어설픈 도구들을 쓰면서도, 의도한 목적을 쏠쏠하게 달성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보이는데,
이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코믹과 호러, 그리고 로맨스)를 구축해가면서 관객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호러와 코믹을 좀 세련(?)되게 배합한 ‘시실리 2km’ 같은 영화가 훨씬 더 낫다고 보지만,
피막이라는 영화는 그런 세련미를 추구하는 것은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였고,
어설픈 도구가 동원된 것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큰 그림을 많이 해치지는 않도록 보여주는 ‘설계’가 꽤 인상적인 부분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만날 교복이나 입혀서 비슷한 이야기로 질리게 만드는 식상한 공포 연출로 창의력의 아쉬움을 보이는 한국의 공포 영화
연출가들이 보고 긍정적인 뭔가를 얻어내야 할 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제리 주커 감독의 영화 ‘사랑과 영혼’을 떠올리게 하는 로맨스 정서로 채워지고 있는 이 영화의 결말은 길이가 좀 늘어지지만,
그런대로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매력도 보여준다.
영화 '피막'은
‘얼간이’ 들의 어이없는 행동과 유머를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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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또다른 재미요소중 하나가 <진짜 귀신은 누구인가?> 인데, 물론 반전은 없고 그냥 저냥 나중에 누가 귀신인지는 알게 되지만,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보여준 전쟁 장면에서 5명 모두 부상을 입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피막을 비롯한 똘만이들이 귀신이면서 죽은 걸 인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았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