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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 원티드 맨 - 무력함에 대한 상기

건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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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방식의 돈세탁을 통해 테러조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용의자 압둘라를 잡고 돈의 입구가 되는 테러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독일 함부르크의 비밀 첩보원 군터 바흐만(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압둘라의 아들인 자말을 회유하여 정보원으로 이용한다.

한편, 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있는 무슬림 이사는 함부르크 은행에 맡겨진 아버지의 유산을 찾기 위해 함부르크에 밀입국하여,

변호사 애너벨(레이첼 맥아담스 )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실, 이사는 부정한 방법으로 치부한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의 속죄 명분으로

수백만유로의 돈을 포기하고자 하는데, 군터의 회유와 협박에 설득당한 애너벨은 이사가 압둘라를 경유해 자선단체에 예금을 기부하도록

유도한다. 군터는 돈이 예치되어 있는 은행의 은행장 토미(웰럼 데포)의 도움으로 압둘라가 기부금을 보내는 단체들 가운데서

테러조직의 돈의 입구가 되는 해운회사가 있음을 알아내고는 쾌재를 부르지만 그가 예상못했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인물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설명을 간략화하는 빠른 전개와 의도된 영상 이미지의 간접적인 방식을 취하기에,

다소 모호해보이는 초반부를 견디는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점차 선명해지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서사에 관객은 어렵지 않게 보조를 맞추게 된다.

 

영화가 표면적으로는,

기부금이라는 미끼를 이용해 기부금을 테러조직으로 공급하는 공급책과 그 조직을 검거하는 흥미로운 작전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영화는 그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서사의 초점은 그들의 착각과 무력감에 맞춰져 있다.

 

 

스케일이 크고 더 다이나믹한 첩보영화에 끌리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별로 흥미를 못 느낄지도 모른다.

작은 틀(작전과정)에 관여하는 더 작은 존재(사람들)에 초점을 맞춘 이런 류의 영화말고,

더 큰 틀(테러조직의 자금의 국제적 규모)과

그에 속한 더 작은 세부(구체적인 자금조달방식이나 돈세탁 경로, 내지는 그들을 쫓는 첩보원들과 테러조직과의 대결)등에

짜릿한 액션을 섞어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그런 관객들에게 당연히 더 매력적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면,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져있는 일반인들로부터 기업가에 이르기까지 이슬람 지지자들의 기부금,

빈 라덴과 같은 테러조직의 우두머리가 구축해 놓은 금융시스템을 통해 세탁되는 각종 자금에서 나오는 수수료,

이란이 만든 미화 100불짜리 위조지폐,

투자하여 차명으로 운영하거나 하부조직원들이 운영하는 전세계에 기반을 둔 기업이나 소규모 상점에서 들어오는 수익원,

아프간의 탈레반이 만든 마약을 대신 유통시켜 주고 받는 수수료,

마약을 미국, 동유럽, 러시아, 구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공화국들로 유입시켜, 러시아나 체첸과 같은

지역의 마피아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로부터 무기를 구입하는 것,

자금들을 빈 라덴이 구축한 금융시스템의 하나로, 미국이나 유럽에 잘 알려진 금융계 거물인사들로 이루어진, BG라고 불리는

'동포애그룹'이나 자선단체를 가장한 조직으로 투입, 추가적으로 복잡한 돈 세탁과정을 거쳐 암스테르담, 앙비르, 룩셈부르크를

연결하는 소위 '트라이앵글지대'로 유입시키는 경로,,

또는,체첸의 마피아를 통해 우크라이나나 발트해의 용병들에게 접근해 휴대용 폭탄 사용법을 배운 구소련의 특수부대인

스페츠나즈 출신들에게 접근해서 휴대용 핵폭탄 사용기술을 확보하는 테러조직들의 시도,,

 

따위의 구체적인 배후의 사실들이 영화 속에 잘 정리되면 지식욕도 충족시키는 재미있는 영화를 즐기는 장점도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을 그런 관객들은 가질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이런 것들을 2시간내지 2시간 반에 한 영화에 다 담아내면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지의 고민은 창작자에게 맡겨놓고,,,

 

 

하지만, 모스트 원티드 맨 과 같이 작은 틀에서 개인들이 겪는 구체적인 현실을 사실적으로 느끼도록 보여주는 것이

판에 박힌 액션첩보물에 식상한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신선한 해갈같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이 영화의 특징은,

소수의 가해자와 보이지 않는 상위 계획의 틀 안에서, 

개인들이 서로 돕고, 이용하고, 상처주고, 때로는 배신하고, 선의를 의심받고, 의심하다가,

결국은 무자비한 권위에 의해 모욕받고 패배당해 무너지는 냉정하고도 부조리한 현실을 전달하는

영화 특유의 정서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그러한 현실을 사는 개인들의 무력감을 상기시킴이다.

 

 

거액의 돈을 포기하면서 속죄하려는 개인의 선의는 결국 배신당하고,

약자와 그의 선의를 도우려는 변호사는 직업 윤리나 법을 무시하면서 첩보원의 회유에 그를 미끼로 이용하는데 협조하고,

아들로 하여금 공급책으로 의심받는 아버지를 첩보원에게 체포당하도록 만드는 비정함,,,,.

 

극중 대사처럼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일을 합니다." 라는 굳건한 신념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는

변호사 애너벨을 안가로 납치해 "넌 테러범이나 돕는 사회복지사일 뿐이야!" 라며 몰아부치면서,

불법적이면서도 비정한 수단을 거리낌 없이 합리화시키는 일개 첩보원 군터가

결국은 상위의 체계와 그 이익에 의해 무참하게 짓밟히는 모습은,

 

개인들이 체제에 의해 주입받은 패러다임을 신념으로 신봉하면서, 최선을 다해 분투를 하지만,

개인의 봉사를 받는 사회는 사실상 개인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개인은 압도적인 체제에 굴종할 수 밖에 없는 패배의 무력감을 운명처럼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는

인정하기 싫은 무서운 현실의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개인의 패배적 무력감을 영상을 통해 전달하는 이 영화는

비록 다소 예측되는 전개와 충격이 덜한 반전이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무엇보다 서사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독특한 스크린 정서를 발산하고 있으므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고,

 

그러한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서사적 방식을 택하고 있기에 또한 문학적이다.

물론, 이것이 원작 소설 창작가의 소위 '오리지널리티'에 힘입은 바가 크겠지만.

 

 

영화에 참여한 거의 모든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이야기를 표현함에 손색없는 완결성이 느껴졌다.

영화 속 인물이 되어버리는 호프만의 연기는 언제나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영화를 포함해 카포티(2005)나 다우트(2008)와 같은 영화들에서 보인 그의 뛰어난 연기를 앞으로 새로운 영화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모스트 원티드 맨.

또 한편의 괜찮은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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