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 최민식의 절제된 절정의 연기. 이 대단한 배우!!!
최민식.....이 미친 배우. 정말 좋다.
이 영화, 최민식의 절제된 절정의 연기를 보여준다.
어제 저녁 '명량' 노원 시사회,,
해전의 와중,,,
좀 무리(?)하게도 꽃미남인 왜군 저격수의 스모키 화장 눈깔의 겨냥에 빼꼼 노출된 최민식의 얼굴에,
"안 돼" 하며 무의식적으로 소리내 뱉어내던 어느 여성 관객의 귀여운(?) 외마디 외침이 한 동안 귀를 울려댔다.
그 관객에게는 대단한 몰입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사실 명량에서는 우리의 영웅, 그 분이 돌아가시지 않았다는 역사를 알고 있으니,
그럴 리가 없을 것을 알면서도, 그 초췌한 얼굴이 잠시 드러나 노출된 영화 속 장면 그 순간에
사실 나도 모르게 걱정으로 가슴이 좀 싸해졌다.
그럼에도,,,,
저 '안돼'와 같은 감정을 유도했던,
장면의 연결과 화면의 흘림, 잠시 멈춤, 쇼트의 교차로 보는 이의 감정을 생산하고 통제하는 영화적 연출이,
명량에서는,,,
인물들의 심리묘사, 정서적인 역동성, 액션의 분출과 같은 영상 이미지를 다룸에 있어서,
다른 연출가들과 차별되는 참신한 발상과 창의적인 방식으로 두드러지지는 않는 것 같아 영화를 보면서 내내 아쉬움이 느껴졌다.
'명량' 이라는 결과물을 미루어 추론컨대,
김한민 감독이 손에 쥐고 영화를 빚어낸 지향점은,
다소 과묵함을 동반한 묵직함이라는 정서 하나와,
그 과묵한 묵직함을 분출시키는 꾸밈이 그리 많지않은 방식의 액션 연출 하나, 이 두 가지가 아니었을까.
위로는 권력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은 왕,
아래로는 두려움으로 사기를 잃은 부관들과 군사들,
안으로는 미약한 병력,
밖으로는 아군의 서른 배나 되는 군세를 갖춘 도도한 적군, 과 같은 온통 불리한 요소로 사면초가에 빠져있으면서도,,,
나라를 살려야 백성이 산다는 민초들을 향한 측은지심의 책임감, 불굴의 정신력과 용기,
그리고 유리한 한 가지를 최대한 이용할 줄 아는 냉철한 지혜로 끝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이순신,
그 특별한 '인간됨'에 비추어 국가의 생멸을 한 어깨에 짊어진 형용키 어려운 한 사람의 고뇌를
한정된 시간에 스크린으로 온전히 표현하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무게에 집중하다 보니, 감독은 버릴 것에 대한 선택으로,,
주변 캐릭터들의 단선적인 소모나,,,
거북선의 소실이라는 영화 속 사건이 생산할 수 있을 잠재적 카타르시스를,
한국인 관객들의 거북선에 대한 '지식'에 일방적으로 맡겨 버리는 것 따위로,,,
대표될 그런 생략들이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이해하더라도,
해안 절벽에서 이정현으로 하여금 치마를 휘날리게 하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을 주요한 하나의 카타르시스 생산에 적용시킨 것이나,
평면적으로 소모되는 다른 캐릭터들과의 관계, 갈등이 보여지는 방식의 밋밋함,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블랙호크다운 따위의 사실적이고도 참신한 전투장면을 보여주었던 그런 영화들이 나오기 전이었다면,
인상적인 전투장면이 되었를지도 모를 법하지만 시대에 앞서나가지 못한 채 일부 단조롭고 지루함마저 유발했던 배위에서의 백병전,
13척으로 적선 333척 중 격침완파 31척, 반파도주 90척, 총 8000여명 적군 사망 추정의 전과를 화면으로 완전히 체험하게는 못한 것,
구루지마와 와카자키 두 인물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의 표현이 다소 김이 빠지도록 한 대사와 조진웅의 단순한 표현력,
등등은 자연스러운 서사적 표현과 영상 연출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왜군 장수 구루지마(류승룡)와 와키자카(조진웅)가 서로 조우하는 벌판에서 연출되는 이미지는,
극적인 긴장감과 인물의 무거운 존재감이 잠깐의 화면에서 효과적으로 표현되기는 커녕,
매우 초라해(?)보이는시각적 이미지로 인해,
볼륨만 잔뜩 키운 비장하고 웅장한 배경음악이 그만 뻘쭘해진,,
시각과 청각의 그 괴이한 엇나감,,에서는 그 감독의 창작물이 거품이 낀 공갈빵이 아닌가,,하는 과격한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안돼' 를 외친 그 관객이 유달리 순수하고 외부자극을 잘 빨아들여 몰입이 잘 돠는 솜과 같은 유리 멘탈의 소유자라고만
치부하는 것은 너무 인색하고 불공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TV 드라마에서 보여져 익숙해신 '이순신'을,
영화 '명량'에서는 그 묵직한 고뇌를 카메라로 성실(?)하고 밀도있게 따라가 다소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준 것,
지자총통에서 발산되는 산탄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나,
천자총통과 같은 화포를 한데 모아 발사해 위기를 타개하며 통쾌한 쾌감을 유발한 것,
배들이 회전하고 부딪치는 장면들을 꽤 박진감있게 묘사한 것등,
다음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들을 무시할 수 없을 것같다.
너무나 당연해 잊고 사는 것들이 많다.
공기의 소중함.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
제1의 도시 도쿄, 제2의 도시 오사카, 제3의 도시 서울,
1909년의 ‘대동아 공영 일본 제국’으로 통합된지 100년 후를 가상한
장동건과 나카무라 토오루 출연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보여준,
일본 말을 쓰고 일본의 연방이 된 한반도를 초래했을지도 모를,
왜란의 침략으로부터
민족의 정체성과 우리말을 지켜 준
신에 가까운 인간,,,,'성웅 이순신' 의 비교적 사실적인 모습과 그 위대한 전과를 이 시대에 제법 스펙터클한 규모의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가슴 뭉클했다.
그리고,,,
대체불가 '최민식'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고 진지한 태도로 열성을 다하는 멋진 배우.
'최민식' 으로 '이순신'은 더 감동적이었다.
이 영화를 안 본다면, 최민식의 인생,,새로운 차원의 절정의 연기를 구경하지 못할 것,,,
극장표값 8000원은 껌 값으로 만들어 버린다.
토하고 고함치고 발산하는 연기가 아닌,,,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무거운 내면을 표현하는 절제되고 흠결없이 갈무리된 연기를
그 누가 최민식 만큼 이렇게 완벽하게 해낼 것인가하는 감탄만이...
이런 배우와 동시대에 살며 그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즐거운 일이다.
영화 '꽃잎'에서 보여주었던 그 놀라운 연기의 인생이 왜 자꾸 드문 드문 끊어지는지 아쉬운 배우, 이정현.
그녀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좀 많이 볼 수 있었으면.
'명량'에서 벙어리 역을 연기한 이정현은 그 열정적인 표정으로 진짜를 표현했고,
치마 하나 휘두르면서도 대단한 격정을 뿜어냈다.
놀라울 따름이다.
김한민 감독에게 다음 한 번의 기회가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2편 '한산'....이
'명량'에서의 내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줄 영화가 되기를 바라본다.
최민식이 표현하는 이순신의 모습으만로도 '강력추천' 곱빼기라 하고 싶지만,,,,
영화 전반적인 감상으로 냉정하게 '그럭저럭' 이라는 카테고리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
최민식 연기는 정말 속된말로 쩔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