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바다로 간 산적] 오락 영화의 본분에 충실하다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은 올 여름 개봉하는 우리나라 대작 중 '군도', '명량'에 이어 세번째로 개봉하는 작품으로, '댄싱퀸'의 이석훈 감독과 손예진, 김남길, 유해진, 이경영, 설리, 오달수 등 호화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입니다. 사실 '해적'은 개봉 전까지는 영화 업계에 있으신 분들이나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지 않았던 작품인데, 영화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되자마자 의외의 복병이었다는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도 '해적'을 시사회를 통해 미리 관람하게 되었는데, 부족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오락성 면에서는 '군도'나 '명량' 등 경쟁작들을 압도하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명나라 황제가 하사하신 국새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조정은 혼란에 빠지고, 이를 찾기 위해 조선의 난다긴다하는 무리들이 바다로 모여듭니다. 바다를 호령하다 졸지에 국새 도둑으로 몰린 위기의 해적, 고래는 커녕 바다도 처음이지만 의기양양 고래사냥에 나선 산적. 건국을 코앞에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개국세력까지. 과연 이들은 고래 뱃속에 있는 국새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사실 '해적'의 영화적 완성도 자체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해적, 산적, 개국공신 등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체들이 여럿 있는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대상이 바뀔 때마다 극의 흐름이 뚝뚝 끊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작정하고 '캐리비안의 해적'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데, 참신성 부분에서도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사극으로써 담고 있는 역사관 또한 상당히 얕은 수준입니다. 아마 영화적 완성도의 관점에서 본다면 '해적'은 평균이하의 영화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해적'은 애초에 여름 시즌을 겨냥한 오락영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적 완성도의 관점에서 영화를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해보입니다. 오락영화의 관점에서 본다면 '해적'은 '군도'와 '명량'을 압도할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해적'은 해적과 산적이 고래를 잡는 과정에서 큰 웃음을 주기 보다는, 고래를 잡으려는 해적과 산적 그 자체로 웃긴데, 이 영화의 웃음은 대부분 유해진씨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이게 뭐지 싶다가도, 중반부부터는 거의 쉴새 없이 터지는 편인데요, 단타 수준의 웃음은 관객의 취향을 다소 타는듯한데, 유해진씨가 보여주는 코메디는 매번 안타, 홈런 수준은 될 정도입니다.
올 여름 Big 4 영화 중 '해적'뿐만 아니라 '명량', '해무'까지 4편 중 3편이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중 '명량'과 '해무'는 직접 바다에서 촬영했고, '해적'만 CG를 활용하여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다소 우려감이 있었는데, 영화의 CG 수준은 대체적으로 괜찮은 편입니다. 바다와 배가 등장하는 장면들 또한 큰 이질감없이 괜찮게 만들어졌으며,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고래 또한 공들인 티가 팍팍날 정도로 잘 만들어졌습니다. 몇몇 폭발 장면을 비롯한 일부 장면에서는 조악하다 싶을만큼 CG가 아쉬웠던 부분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CG 장면들은 160억원의 제작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괜찮게 만들어졌습니다.
'해적'은 유해진의 영화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해적'에서 유해진씨의 활약상은 기대 이상입니다. 예고편에서 나온 음파음파 장면은 아무것도 아니다 싶을만큼, 그의 입담은 매번 빵빵 터집니다. 그에 비해 손예진씨는 그녀의 정형화된 연기톤은, 멜로 영화에서는 어울릴지 몰라도, '해적'처럼 많은 배우들이 떼로 나오는 영화에서는 조금 어색해보였습니다. 진지한 느낌보다는, 차라리 '작업의 정석'때처럼 좀 더 능글맞게 연기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신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김남길씨가 꽤 인상적입니다. 진지한 역할도 잘 어울리는 배우지만, 능청스러운 코메디 연기에도 최적화 되어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해적'을 통해 증명하고 있네요.
'해적'은 정식 개봉 때 롯데시네마에서 4D로도 개봉할 예정입니다. 후룸라이드 같은 장면이나 물레방아가 굴러가는 장면 등 4D로 보면 재밌겠다 싶은 장면들이 상당 수 있었는데요. 아마 '해적'을 4D로 관람한다면 더 재미있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4D지만 3D 효과는 없어요 ㅎ) Big4 영화 중 관람한 영화도 있고, 아직 못본 영화도 있는데,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명량'과 '군도', '해무'는 영화가 진중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반해, '해적'은 아예 가족 관객을 겨냥한 오락영화로써 포지셔닝이 분명한 작품이라, 올 여름 복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입소문이 제대로 퍼진다면 앞의 세 영화를 압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작품으로도 보이네요. 무작정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찾으신다면, 8월 6일 개봉하는 '해적'이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1년만에 극장에서 보는 '미스터 고'의 링링...!!! :)
* 조선 건국을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관점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고려를 거역한 반역자 무리로 볼 것인가의 관점으로 볼 것이냐. 이는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해적'의 역사관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정도전'의 정반대에 대치되고 있어, 개봉 후 이에 대한 역사 논쟁이 있을 수도 있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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