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가족]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
<동경가족>을 보고 왔습니다.
알려진데로 이 영화는 오즈 야스지로의<동경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동경이야기>는 뭐 영화 역사에 가장 위대한 영화로 추앙받는 걸작 중에 걸작이죠.
그런 영화를 다시 만든다는건 보통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겁니다.
이런 부담스러운 프로젝트를 실행해 옮긴 감독은 야마다 요지감독입니다.
야마다 요지 감독은 <남자는 괴로워>시리즈로 유명한 분이시지요.
<남자는 괴로워>는 일본의 전후세대를 대표하는 코메디물입니다. 정확히 몇편까지 만들어 졌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20여편이 제작된 걸로 알고 있구요. 안국동에 위치한 일본문화에 단골 메뉴로 자주 상영되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저도 일본문화원에서 이 시리즈 여러편을 봤었는데요. 영문자막에다 제가 일어가 능통한게 아니라서 그다지 웃긴지를 잘 모르겠더군요.
오히려 고생하는 남자의 모습이 무척 안쓰럽고 서글펐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작품이였어요.
<남자는 괴로워>아무래도 우리 정서와는 괴리도 있고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지죠.
우리게 잘 알려진 작품은 미야자와 리에가 주연한 <황혼의 사무라이>가 아닐까 싶네요.
이 영화는 제목부터 그렇지만 역시 서글픈 느낌이 많이 들지요.
야마다 요지 감독의 특징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서글픔이 아닐까 싶어요.
아주 비탄에 빠져 눈물이 펑펑나는 그런 슬픔이 아니고 가슴 한구석이 시려오는 지나간 시대에 대한 회한이 느껴지는 슬픔말이예요.
이런 감독의 특징은 <동경가족>에서도 여지 없이 드러납니다.
평생을 섬에서 살아온 노부부의 동경여행은 처음부터 그리 순탄하지 못합니다.
장성해 동경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자식들이 셋이나 있는데도 자식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데 급급합니다.
늙고 병들어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그들의 부모는 더이상 그들의 그늘이 되어주지 못하고 되려 짐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즈 야스지로의<동경이야기>에서도 그랬듯이 산업화된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의 불편한 관계를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왜 그들은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해졌을까요?
오히려 가까운 이웃만도 못한 사이죠.
감독은 막내아들 쇼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의 화혜를 그리고 있지만
누구의 편을 들지도 누구를 탓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바라볼뿐입니다.
그 자체가 지금 우리의 삶이니까요.
반세기 전에 오즈 야스지로가 그린 가족의 관계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게 이 영화를 다시 만든 동기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제 머리속을 스친 생각은 그럼 오즈야스지로 이전의 반세기 전에는 관연 달랐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아니 그 보다 더 전에는 어떠했을까?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을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거죠.
아주 오래전에도 부모을 공양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을 겁니다.
오죽하면 '고려장'이라는 말까지 나왔겠죠.
장사익선생의 '꽃구경'이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늙은 노모를 지계에 업고 버리고 오려는 아들이 돌아가는 길이 걱정되 솔방울을 따서 길에 뿌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마치 <동경가족>을 보고 났을 때 느낌과 비슷한 서글품이 가득합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늘 그러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영화는 매우 올드하고 투박한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들려주는 이야기는 진정성이 있고 감동적이기까 합니다.
가족이 같이 보시면 참 좋을 영화입니다.
쇼지의 여자친구가 등장하자 극장안이 웅성였는데요. 아오이 유우의 등장에 관객들이 깜작 놀라시더라구요.
아오이 유우 참 오묘하고 매력적인 배우지요.
그런데 저는 아오이 유우보다 <기쿠지로의 여름>에 나오셨던 요시유키 카즈코 할머니가 넘 좋았어요.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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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이야기'는 보지 못했습니다.
왠지 제목은 들어는 봤던 것 같고요.
대략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는 것만 알고 봤는데...
잘 봤습니다. 야마다 요지 감독의 작품도 본 적 없지만,
담담하게 그려진 이야기 속에서 '서글픔'이 생각나네요.
가족애를 느껴 보고 싶으니까 꼬옥 봐야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