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슬픔과 감정이란..
혈육의 죽음을 두고 '단장의 슬픔'이라고 하더군요.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7년 전, 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셨을 때였어요. 그 비유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았죠..
부모님이 늦둥이로 낳아 막내였던 저는 그 슬픔과 충격이 꽤 컸습니다.
부모님 그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터라 가정을 이루고 사는 언니들과는 또 다른 충격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통곡을하고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도 조금 잦아드니..
어느사이에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배가 고파 끼니를 채우고 있는 나를 보며 울컥울컥 한심하기도 한 거예요.
중학교때 부모님 장례식을 치르고 학교에 왔던 친구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는 친구 무리들과 함께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도 아무렇치도 않네.. 난 막 우울하고 슬플 거 같은데.. " 라고 말했던 기억이 뭉개뭉개 떠오르는 순간이었죠..
내가 한 말인지 무리에 있었던 친구 중 하나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어요..
어떤 상황에 대해서 혹은 그 입장이 되지 않고서는 절대로 함부로 말해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죠.
그래요.. 인간은 그렇습니다.
아무리 슬픈 순간에도 순간 순간 잊기도 하고 현실을 살아가요.
이런 아픔을 겪으면서 많은 걸 깨달았죠.. 세상에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보다 더 아프고 심각한 건 없을 거라고..
그래서 심각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뭐, 그 것보다 심각하겠어? 하며 극복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기도 하고..
영화 < 인생은 아름다워 >를 보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생명이 위협받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웃음과 해학이 있는 게 현실적인 모습이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고통에 굳은 살이 배겨 가긴 했지만,
7년이 지나도 익숙해 지지 않는 일이 있더군요. 아직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는 입밖으로 꺼내지지 않았어요.
그냥 아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아직도 살아 계신 현재진형처럼 표현 하거나 말하지 않았어요..
너무 큰 진짜 고통은 입으로 표현이 잘 안되는 성격이라는 걸 알았죠.
어떤 사람에게는 슬픔의 무게가 너무 커서 말로 꺼내지 못하는 슬픔도 있는 겁니다..
이런 마음을 깊이 묻고 있었던 저는 다시 그 때의 고통과 기억이 울컥울컥 소환됐습니다.
그래서 여기 저기 게시판에 울분과 슬픔을 토해내는 글을 보고도 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더군요..
내 안에서 그 심정이 너무 고통스럽게 공명했으니까요..
오래 꼭꼭 싸매고 아무에게도 가족에게 조차 보여주지 않았던 상처를 꺼내서 볼 만큼 이 번일은 저를 많이 아프게 하네요.
아마도 이 기회에 내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고 성장할 기회가 되려고 하나 봅니다.
그래도 섣불리 오해하고 공격당하는 일은 언제나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가 됩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판단하고 재단되는 존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
다시 한 번만.. 10분 만 더 고민해 주세요.
그 누구라도 익무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오래 오래 소통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저 역시 좀 전엔 너무 당혹스러워서 꽤 공격적인 글을 올린 것 같아 반성 중입니다.
마음이 많이 안좋아서 잠을 이룰 수 없는 새벽에
20년도 더 된 오래된 기억 하나를 끄집어 냈습니다.
분위기가 참 촌스럽죠? ^_^
어디 꼭 평양단에서 온 단체 같네요..
그래도 저 때는 참..... 아직 큰 슬픔을 모를 때 였는데 말이죠..
참사를 겪은 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으니까요..
그 단장의 슬픔.. 애끓는 마음..
저도 조금쯤 아니까요..
아직도 혈육이, 아버지가 나오는 짠한 장면만 봐도 절로 눈물이 줄줄.. 나니까요.
정말 저는 오늘 이 새벽을 꼴딱 샐 것만 같습니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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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저희집이었는데도,매년 그날만 되면 울컥한게 그뒤 화장터 가고 집도 경매 넘어가고 이런 과정을 겪으니 사람의
감정이란게 어느 정도 이상을 넘으면 무덤덤 해지더라고요.이번일도 유족의 감정엔 누구보다 공감이 가는데,그이상으로
무력감이 엄습하네요.달라지는건 없을거라는..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ㅠㅠ
전 군 재대하고 이틀뒤 아버지 그 이틀뒤 할머니....87년도 12월은 정말 힘들었죠..
무슨일이 벌어진건 모르겟으나<아직 수다방가서 글 볼 정신이 없어서>
대략 끄적 글 보니 대강 알듯도 하네요
아픔을 받아들이는건 사람마다 다 다르죠
아무도 모르게 대성통곡했던 저...
그러고 다시 술먹고 떠들고..그러다 욱하면 또 혼자가서 대성통곡한 기억이 납니다
줄기차게 앉아서 대성통곡하는것만이 슬픔의 표현은 아니거던요...
모두 잘 견뎌냈으면 좋겠습니다.
암으로 아버지를 잃은 저의 친한 지인은 세월이 꽤 흘렀음에도
아빠 얘기만 나오면 울컥울컥 하더라구요 부모.자식이라는것이 그런 존재인것 같습니다
저도 참사를 겪은 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더불어 안 좋은 마음 조금은 풀리셨길 바래요 티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