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봤습니다 (스포)
안 그래도 참담한 시국에 이런 영화 보니 온몸에 진이 빠지네요. 듣던 대로 완성도는 상당히 뛰어납니다. 그렇게 감상적인 성격은 아닌데,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쯤엔 가슴이 먹먹해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신인감독답지 않게 전반적으로 능숙한 테크닉을 선보여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사나 음향을 토대로 유려하게 시공간을 오가거나, 꽉 막힌 테니스장이나 고장 나서 회전하다 마는 선풍기 등 소소한 풍경들을 의미심장한 상징으로 구사하는 방식들이 맘에 들었습니다. 작위적 과장 없이도 생생히 순수와 고통을 체화시킨 배우들의 연기력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 세상을 조명하는 작품의 태도도 꽤 성숙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세상이 피해자들에게 건넨 응원과 격려가, 실은 진심이 결여된 얄팍한 자기기만 혹은 또 다른 폭력이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됩니다. 죄 지은 게 아닌데 왜 입을 다무냐며 공주를 윽박지르던 경찰처럼, 계속 공주에게 친절히 대하고 네 잘못 아니라며 위로문자를 보내지만 막상 동영상을 보고 난 뒤엔 공주 전화를 받지 않던 은희처럼. 사람 사이엔 믿음이 중요하다며 한입으로 두말 안한다던 선생님 엄마도 결국 떠나는 그녀를 붙잡지 못하고요. 가끔 우린 너무 쉽게 이해와 위로를 운운하는 게 아닌가싶습니다. 다리 위 홀로 남겨진 그녀의 캐리어를 무심히 지나치던 버스 안의 시점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들의 시점이겠죠.
수면 위에 뜨고 앞을 향해 나가고 싶다던 공주는, 아마 자기 삶의 종착역을 무의식적으로나마 예상했기에 그리도 수영에 매진했을 겁니다. 하지만 극중 아카펠라 친구가 흘리듯 던지던 대사처럼, 풀장에서 계속 수영해서 앞으로 나가봤자 결국엔 벽입니다. 미친 세상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은 죽음뿐이겠죠.
전 영화를 보면서.. 수영 하는것을 왜 고집할까 했었는데... 이유가..마지막..ㅠㅠ 참 안타까움이...
그 아가 몬 잘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