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게일 (2024) 엄청난 공포가 아닌 joy ride 같은 영화. 스포일러 있음.
뭐 스포일러라기에는 여기저기 다 나온
것들이지만 일단 경고는 해 두고......
발레리나를 호러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어린 발레리나 뱀파이어)을 하긴 했지만,
엉성하다.
일단 블랙스완이나 존 윅에서 발레리나를 공포와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이미 있었기에
너무 친숙해 보인다. 참신하거나 쇼킹한 것이 없다.
그리고 주연여배우가 너무 어려서 발레를 하기는 하는데 엉성하다.
얼굴이 너무 귀엽게 생겨서 별로 그로테스크하게 안 느껴진다.
그리고 몸이 너무 작아서 다리를 뻗어도 너무 짧고, 병아리가 통 통 튀는 것 같다.
발레리나 시도는 실패다.
주연여배우의 모성애를 하나의 주제로 내세운 것은 절반의 성공이다.
주연여배우는 아들의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닐 정도로 아들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아들을 못 찾아간다고 변명은 하는데, 실제로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어머니가 되는 것이 무서워서 못 찾아가는 것이다. 죽을 위기에 처해서야 깨닫는다.
자기는 아들을 찾아갔어야 했다는 것을. 그녀의 모성애는
어린 뱀파이어에게도 향한다. 애비게일은 무서운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다. 뱀파이어로서 힘은 있지만
그 밖에는 어린 소녀다. 주연여배우는 그것을 꿰뚫어본다. 애비게일은 어머니도 없이
오랜 시간 동안을 아버지에게서 버림 받고 상실감 속에 살아왔다. 애비게일도,자기에게 모성애를 갖는 주인공에게
애착을 느낀다. 이런 정서적 관계를 단단하게 서서히 구축해나가는 솜씨는 인정할 만하다.
공포가 엄청난 것은 아니다. 피가 튀기고 살점이 찢겨나가는데, 날 것 그대로 생생한 공포가 느껴지기보다는
CG의 유치함이 느껴지는 가운데 유쾌한 느낌을 준다. 공포가 아니라 놀이동산에 가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아찔하지만 재미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공포도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산뜻한 공포다.
반전이라는 것을 넣은 것 같은데, 관객들이 다 예측가능한 것들이다. 사실 관객들의 뒷통수를 치는 것은 없다. 감독도 관객들의 뒷통수를 칠 생각 자체가 없다. 롤러코스터의 궤도야 정해져있고 탑승자들도 다 알고 타는 것 아닌가? 이 영화의 공포는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롤러코스터의 아찔함이지, 잔인함이나 괴기스런 것에 대한 공포같은 것은 아니다.
영화가 재미 있고 단단하다. 허술한 부분 없이 잘 만들어졌다. 일단 시작되자, 전속력으로 달려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환호를 지르게 만든다. 즐겁다.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