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 이중적 은유가 돋보이는 우스꽝스럽고 깊이 있는 예술 창조에 관한 우화
뮤지션으로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지만 특별한 음악적 경력이 없는 직장인 존(돔놀 글리슨)은 시간이 날 때마다 건반으로 자작곡을
끄적거리며 자신의 재능을 한탄한다. 그는 아주 우연한 계기로 발음조차 어려운 소론프르프브스(Soronprfbs)라는 인디밴드에서
건반을 연주하게 된다. 밴드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인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는 잠잘 때도 벗지 않는 커다란 탈을 쓰고 있다.
그들은 앨범을 녹음하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데, 존은 앨범 작업 과정을 유튜브와 트위터에 올리면서 음악 축제에서 공연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존의 이런 상업적인 노력은 결국 스론프르프브스의 멤버들을 거슬러 예기치 못한 불화를 유발하면서,
극은 종국에 이르게 된다.
‘프랭크’ 처럼 재미없게 흥미롭고, 웃기지 않게 웃기는 영화는 흔하지 않을 것 같다.
빨대로 유동식만 먹을 정도로 머리에서 탈을 떨쳐내지 못하는 리더 프랭크는
‘꺼내서 쑤셔 넣어,,,,,수프 안에 든 생강, 빵 조각, 흔들리는 닭고기, 기름투성이 익히지 않은 소시지, 소금에 절인 고기,,,’ 와 같은
의미를 연결하기 어려운 말들을 가사로,
대체로 되는 대로 막 지어내는 걸로 들리는, 드물게 번뜩이는 음악성이 돋보이는 독특한 멜로디로,,
창조적인 자아를 뿜어내는 기이함과 광기 사이를 오가면서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프랭크를 보는 관객들은 피상적으로는 총체적인 난해함에 빠져든 영화를 보면서 어리둥절하게 될 듯도 싶다.
한편, 탈 바가지를 쓰고 독특한 음악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프랭크라는 캐릭터는
유머의 근원으로 관심을 이끌면서, 극의 진행과 결말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을 붙들어 놓는다.
또한, 존이 밴드에 가담하면서 일어나는 밴드의 내분과 같은 인물들 간의 갈등은 이러한 호기심에 긴장을 더해 드라마로서의 힘을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극이 절정을 지나 종국에 이르면,
별난 생각과 기이한 행위의 인물들로 채워지는 서사의 피상적인 난해함을 뚫고 영화는 깊숙한 메시지를 드러낸다.
음악으로 대표되는 예술 창조를 위해 넌센스같은 가사들을 지껄이면서 스스로를 (대사의 일부처럼)“극한까지(far corners)”몰아부치면서
예술의 순수성을 추구하는 밴드를 대표하는 프랭크와 클라라(매기 질렌할)에게,
SNS를 동원해 팔로워 수나 끌어올리면서 소위 ‘구린’ 음악으로 상업적인 성공에 몰두하는 존은
밴드가 표방하는 예술의 순수성을 파괴하는 불순분자일 뿐이다.
프랭크가 읊어대는 이상한 가사들과 멜로디는,
기존의 음악적 경계를 깨고 완전히 무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재창조적 예술 추구를 상징하지만,
존이라는 상업성에 잠시 흔들려 오염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클라라는 멤버로 합류한 존에 대해 내내 의혹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은 채 “너 역겹다(disgusting)”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한 장면에서 목욕하던 존의 나체를 보고 동한 클라라는 그와 섹스를 하게 되는데, "이제 우리 사귀면 밴드안에서 좀 어색해지겠다"는 존의
쓸데없는(?) 걱정에 대해 클라라는 바로 그 자리에서 "너 역겨워" 라며 일축해버린다. 클라라는 섹스에 중요한 의미를 두는 존의
생각을 걷어차면서, 존이라는 역겨운 상업성과의 섹스를 가벼이 여기는 폄하의 방식으로 그것을 조롱한다.)
존에게 휘둘려 변모하는 프랭크에 인내심이 다한 클라라는 마침내,
“네가 프랭크를 망쳐버렸어.(You ruined Frank!)"라고 폭발하고는 환멸과 함께 밴드를 떠나버린다.
존과 단 둘이 음악 축제의 무대에 선 프랭크는 존이 작곡한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쓰러지는데,
“네 음악이 너무 구려” 라는 말로 원래 자신이 표방하던 순수성의 초심을 다시금 자각한다.
사실,
프랭크라는 인물은,
밴드의 멤버들로부터 예술의 순수성을 되돌리려는 예지적인, 간혹 번뜩이는 음악성을 발해 천재적인 인물로 (착각되어)숭배되지만,
실제로는 의학적으로 정신질환을 겪고 있으면서 자신의 실제 얼굴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무력한 정신병자라는 점에서,,
영화는 이러한 이중적인 은유를 통해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프랭크라는 영화는 예술적 창조에 관한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한 우화인 동시에,
그 예술적인 영역 너머로 인간의 본질에 관한 깊이 있는 풍자이기도 한 듯 싶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이 넘치는 영화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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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친구에염 ㅎ 저도용~언제나 깔끔하고 지식넘치는 건위천님 리뷰 또 잘 읽고 가염^*^ 총총..
저는 어제 이 영화를 보고 이해가 안 되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저녁먹다 체하는 줄 알았습니다. 님 리뷰 덕분에 머리 속이 뻥! 뚫리는 듯. 잘 읽었습니다!!
껄껄. 제목만 봐도 건위천님이 이 영화에 대해 얼마나 할 말이 많았는지 알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초반 오분인가를 놓쳐서 그런지 전 재능과 창조성에 관한 대다수의 해석과는 이 영화를 달리(잘못) 본듯....ㅋ
개봉하자말자 바루~뛰어가서 영화를 봤는데, 정말 난해했어요. 건위천님 리뷰를 보니 이제 영화가 무얼 말하려는 건지 잘 이해되네용 ㅋ 유익한 리뷰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