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 누벨바그와 누아르의 '인상'을 되살린 매력적인 영화
대사를 아낀 과묵한 배우들의 절제된 표정 연기가 암울한 분위기의 영상과 어울려
인간의 욕망과 비극이라는 부조리한 현실을 사실적이면서도 몽환적으로 보여주는데,
드문 드문 들려오는 음향으로 영화가 꽤 조용한데도 불구하고, 은근한 긴장감으로 몰입하면서 흥미롭게 봤습니다.
생략된 대사와 배우들의 절제된 표정 연기로 전체적으로 과묵한 이 영화는
누벨바그 운동을 촉발시켰다고 여겨지는 영화감독 브레송의 정적이면서도 명상적인 특성을 연상시키더군요.
성노예가 되어서도 마치 그 욕망에 쇠놰된 듯 벗어나지 않거나 못하는 여성을 드러내는 이 영화의
감독 고다르의 초기작을 닮은 여성 혐오적인 경향,
굵직한 서사에 끼어드는 에피소드 식 줄거리,
실외의 밝지 않은 자연광으로 촬영한 듯한 흐린 이미지,
장면이 급변하는 편집 등을 보면
(즉흥적인 대화같은 것이 배제된 것으로 보이는 것만 빼고는 )
대체로 두드러진 프랑스의 과거 누벨바그 스타일을 따르는 것으로도 생각됩니다.
복수를 계획하고 표정만으로도 냉정함을 뿜어내던 마르코가 여자를 탐하는
'방종'에 빠지면서, 배를 타면서 연을 끊고 스스로 그것으로 부터 멀어졌다고 생각했던 그가
다시금 현실의 인물들과 더불어 '부조리'에 휩쓸리게 되는 점에서는
과거 프랑스의 누벨바그가
쏟아져 나온 비슷한 류의 평작들로 인해 특별함을 상실하면서 잊혀진 '방종'과 '부조리'를 향한 그 흥분과 신기함 의 정서가
'돌이킬 수 없는' 이라는 21세기의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금 인상적으로 되살아나는 듯한 감회에 빠져들었습니다.
마르코를 방종에 빠뜨린 라파엘(키아라 마스트로얀니)이라는 '유혹적인 여자' 와
마르코의 조카를 성노예로 파괴한 인물 에두아르 라포트(미셸 쉬보르)라는'성퇴폐적인 상류층' 과 같은 반사회적인 개인이라는 소재에
대사를 줄인 '비 발성적' 인 '시각적인 효과' 에 무게를 두면서
부조리한 인간의 악이라는 본성에 맞닥뜨리게 하여 무기력한 환타지를 관객에게 어필하려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완전히 '누아르' 영화이기도 한 듯 싶습니다.
영화의 진행을 흥미롭게 보면서도, 역시 씁쓸한 생각이 들더군요.
피해자로만 생각했던 조카의 행각을 뒤늦게 알게 된 마르코의
'내가 이혼하기를 잘 했지. 너나 네 딸로부터 내 자식들이 몹쓸 것을 옮지 않을테니'
이 극중 대사가 ,,,
과거 소위 '필르 누아르'가 과거 파시즘이라는 정치적 악을 제거하기 위해 투쟁하는 인류의 사회적 이상에 역행하면서,
개선하거나 교정할 수 없는 악으로 인해 범죄를 양산시키는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반사회적인 개인들과 그로 인한 불안을
전염되는 '풍토병' 처럼 묘사한 것을 떠올리게 해서....
댓글 3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평론가들과 과거 프랑스 영화의 향수가 있는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영화일지는 모르겠는데, 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크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 그나저나 건위천님의 글솜씨는 언제나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