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6
  • 쓰기
  • 검색

월하의 공동묘지 (1968) 한국 공포영화의 원형.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1058 5 6

83685cdb79c37d20d80db208602137d99cd637f5.png.jpg

87882771fe42858744e3c16442d9dfd7.jpg

 

이것은 한국의 공포영화다.

요즘 공포영화는 일본의 사다코, 중국의 강시, 미국의 좀비 등 외국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이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사라진 우리나라의 공포영화의 원형이 아쉬어질 때가 있다.

img (1).jpg

월하의 공동묘지를 볼 때면 내가 어릴 적 고향에 가는 산길에 얽힌 괴담이 생각난다. 

고향에 가려면, 한낮에도 그늘이 끼어있는 음습한 고개를 넘어가야 했다. 고향으로 가는 좁은 길이 다른 사잇길 없이

똑바로 그 고개를 지나 나아갔기 때문이다. 대개 그 길에는 사람이 없었다. 거기 길가에,

풀이 무성히 자란 무덤이 있었다. 

일제시대 순사에게 살해당한 처녀의 무덤이라고 했는데, 시체의 머리카락은 지금도 무덤 안에서도 길게 자라고 있다

는 것이다. 비가 오면, 무덤 흙 속으로부터 길다란 머리카락이 흘러나온다고 했다. 당시 무덤을 지날 때면, 이런 상상이 들어 무서웠다. 퍼렇게 썩어가는 여자의 시체가 소복을 입고 저 속에 누워있고 그 머리카락과 손톱과 이는 지금도 길게 자라고 있다 - 그런 까닭에, 월하의 공동묘지에 나오는 이 장면이 나는 가장 무섭다. 

 

d72ff38e43d69bc93cd8ff917e53a541.jpg

 

지금 보아서는 위의 장면을 보고 이게 뭐야 하고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1968년 관객들에게는 엄청나게 무서웠을 것이다. 월하의 공동묘지에 나오는 장면들이 

나로서도 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공포영화는 지금은 사라진 토속적인 공포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으면 지금은 화장을 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방 안에서 삼베천으로 싸고 꽁꽁 묶었다. 마치 미이라처럼.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인간이 생명 없는 물체가 되어

삼베 안에 들어가 꽁꽁 묶여서 시체냄새를 풍기며 방안에 누워있다. 그리고 관 안으로 들어간다.

나도 어릴 적에 이 과정을 다 본 적 있다. 이 영화의 공포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 그리고 전통적으로 죽음을 다루는 방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 영화에 나오는 공포스런 장면들이 생생하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와 닿는다. 

80183_2_large.jpg

872c99dabfb8fb452b069d7a26bb1f65.jpg

 

머리가 자라고 이빨이 늘어나고 손톱이 길어지고 - 이거 다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다. 드라큘라가 아니다.

무서우라고 꾸며낸 것도 아니다. 

이빨이 진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피부가 수축되면서 이빨이 늘어나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당시 사람들이 친숙하게 보았던 죽음의 모습이다.

영화 처음에 무덤이 갈라지며, 죽음을 상징하는 소복을 입고,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고 이빨은 길어 있고

손톱이 긴 여인의 귀신이 나왔을 때, 당시 관객들은 엄청나게 무서웠을 것이다. 상상의 산물이 아닌, 

당시 사람들이 직접 겪었던 죽음의 모습이었을 테니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별다른 해꼬지도 안하는 여자귀신의 모습에 왜 그렇게 놀라고 무서워했는지 이해가 간다. 

 

th (2).jpeg

55feff6816490bd1951e1464be2af9f0.jpg

이 영화에서 또 한 가지 강조하는 것은, 당신도 저렇게 된다는 사실이다. 영화 처음에 변사가 나와서 

"지금부터 해설을 담당하겠습니다"하고 시작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잘 생긴 변사가 오래 전에 죽은 시체로 변한다. 

얼굴은 흘러내리고 이는 길게 자라 흉칙하다. 당신도 결국에는 저렇게 된다 하는 소리다. 

밤의 공동묘지에는 흙무덤들이 무성하다. 그들은 모두 썩어가는 나무조각을 하나씩 안고 있다. 당신도 죽어 

저렇게 나무조각을 하나 안고 누워 썩어갈 것이다. 영원히...... 이 영화 처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요즘 공포영화에서 볼 수 없는 장례문화와 죽음에 대한 접근방식에 바탕을 둔 공포다.

M0020094_7[S750,750].jpg

그리고 다른 버젼에서는 보았는데, 요즘 필름에는 안 나오는 장면이 있다. 밤의 공동묘지를 보여주다가 그 중 한 무덤 앞에서 미친듯이 망치로 비목을 두드리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얼굴은 안 나온다. 이것도 공포스럽다. 슬슬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미친듯이 온힘을 다해 몸부림치듯 망치질을 한다. 그리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영화를 다 본 다음에야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된다. 아무도 없는, 밤의 공동묘지에 왜 이 사람이 있는가? 사람인가, 귀신인가?  

th (3).jpeg

영화는 살해 당한 어머니귀신이 아이를 지키고자, 자신을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한다는 전형적인 복수담이다.

사실 어머니귀신이 특별히 해꼬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범인들의 마음 속에는 악마가 있다. 어머니귀신은 그것을 증폭시키는 일을 한다. 나머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파멸한다.

img.jpg

이 영화를 최근 리메이크해서 월하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생각했던 대로, 생명력 없는 공포도 없는 밋밋한 영화였다. 이 영화의 공포를 지탱하던, 그 정신적 기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이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아버린 공포영화로 볼 것이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FutureX
    FutureX
  • 타미노커
    타미노커
  • 빅찐빵
    빅찐빵
  • 호러블맨
    호러블맨
  • golgo
    golgo

댓글 6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뭔가 그 시절만의 분위기랄지 아우라가 있죠. 싼티나면서도 박력 있는 아날로그 특수효과와 조명 등..
12:05
24.04.24.
BillEvans 작성자
golgo
그 조명의 그로테스크한 활용이 이탈리아 호러영화 감독 마리오 바바에게서 온 것이라고 하더군요. 마리오 바바는 대가가 색채를 활용하듯 그런 세련된 걸작들을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좀 다르게 사용되었죠. 화끈한 공포를 창출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요.
12:09
24.04.24.
profile image 2등
공포 아니죠 코믹 영화죠 ㅎㅎ 그래서 한국 공포 영화가 좋아요.. 특히 70~80년대 공포 영화가 최고..
12:43
24.04.24.
BillEvans 작성자
호러블맨

그 영화에서 공포를 느껴야 되는 포인트에서 요즘 관객들은 공포를 느끼지 못하죠. 유현목감독의 걸작호러영화 "한"에서도 요즘 관객들은 화끈한 공포를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후일 미래 관객들은 링에 나오는 사다코의 동작을 보고 배를 잡고 웃겠죠. 

14:53
24.04.24.
profile image 3등
합의된 생활양식과 심리적 바탕이 없으면 공포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얘기군요...
16:35
24.04.24.
BillEvans 작성자
잠본이
그렇습니다. 이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가 왜 그렇게 무서운 영화였는지 지금 관객들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바로 위의 댓글만 봐도요......
20:27
24.04.24.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4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에 초대합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13:34 1596
공지 '드림 시나리오'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51 익무노예 익무노예 24.05.10.09:31 4592
HOT 오늘의 쿠폰소식은 6개! 월요일 화이팅입니다 아자아자! 4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3시간 전08:42 1035
HOT 77회 칸 영화제 현재까지 스크린데일리 평점 1 얏호!!! 21분 전12:14 151
HOT 케빈 코스트너 '호라이즌' 칸 프리미어 리뷰들 호... 1 NeoSun NeoSun 1시간 전11:09 348
HOT 애냐 테일러 조이 칸 2024 포트레이트 추가 / '퓨리오... NeoSun NeoSun 1시간 전10:40 304
HOT '메갈로폴리스' 칸 프리미어 기립박수 7분 기록 1 NeoSun NeoSun 2시간 전10:23 373
HOT <더 에이트 쇼> 새 포스터 공개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9:48 652
HOT 이토 준지 버전 <던전밥> 3 카란 카란 2시간 전10:13 894
HOT CJENM이 올린 칸영화제 윤아 X 류승완 감독 투샷 1 NeoSun NeoSun 3시간 전08:58 1601
HOT 더 퍼스트 슬램덩크 디즈니 플러스 공개(독점) 5 GI GI 4시간 전08:28 1050
HOT 엘리사 슐로트-맥스 리에멜트-알마 하순,히틀러 음식 감별사... 2 Tulee Tulee 4시간 전08:06 238
HOT 코스타 가브라스 신작 드라마 <라스트 브레스> 첫 이... 1 Tulee Tulee 4시간 전08:05 436
HOT 루시 헤일,심리 스릴러 <마이 원 앤 온리> 출연 1 Tulee Tulee 4시간 전08:04 235
HOT 변요한 신혜선 그녀가 죽었다 무대인사 코엑스 3 e260 e260 4시간 전07:56 560
HOT 호러영화 여러편 5 Sonachine Sonachine 5시간 전07:23 480
HOT CJENM이 올린 ‘베테랑 2’ 팀 칸영화제 샷, 영상 3 NeoSun NeoSun 6시간 전06:13 1257
HOT A24, 커스틴 던스트 & 키아누 리브스 주연 루벤 외스트... 2 NeoSun NeoSun 6시간 전06:05 549
HOT 라이언 레이놀즈가 올린 ‘데드풀 & 울버린’ 뉴 포스터 1 NeoSun NeoSun 6시간 전05:55 738
HOT 혹성탈출 2주차 월드와이드 2억 3700만 달러 돌파 2 아바타처돌이 7시간 전04:38 554
HOT 2024년 5월 19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12시간 전00:01 1706
HOT 화성에서 온 락스타를 기억하며 3 Sonachine Sonachine 12시간 전23:39 666
113724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방금12:35 3
1137240
image
drdox 4분 전12:31 33
1137239
image
drdox 9분 전12:26 59
1137238
image
drdox 13분 전12:22 115
1137237
image
얏호!!! 21분 전12:14 151
1137236
image
NeoSun NeoSun 42분 전11:53 130
1137235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1:09 348
1137234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0:47 197
113723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0:40 304
1137232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0:23 373
1137231
image
applejuice applejuice 2시간 전10:22 624
1137230
image
totalrecall 2시간 전10:19 357
1137229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10:13 894
1137228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9:48 652
113722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9:41 645
1137226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9:38 419
1137225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9:05 407
1137224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8:58 1601
113722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8:52 401
1137222
normal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3시간 전08:42 1035
1137221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8:42 308
1137220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3시간 전08:37 527
1137219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08:30 310
1137218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8:29 536
1137217
image
GI GI 4시간 전08:28 1050
1137216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08:06 238
1137215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08:05 436
1137214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08:04 235
1137213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08:04 109
1137212
image
Tulee Tulee 4시간 전08:03 122
1137211
normal
시작 시작 4시간 전08:01 773
1137210
image
e260 e260 4시간 전07:59 241
1137209
image
e260 e260 4시간 전07:57 232
1137208
image
e260 e260 4시간 전07:57 190
1137207
image
e260 e260 4시간 전07:56 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