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울산의 별 - 간단 후기

소설가 소설가
1469 6 4

최근에 <정순>을 감상한 뒤 주연이셨던 김금순 배우님 필모에 <울산의 별>이 있더군요. 우선은, 제목 때문에 <강릉> 같은 조직폭력배 영화라 지레 짐작해 걸렀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반성합니다. 제목 때문에 영화를 거르는. 물론 영화를 보기 전에 제가 의식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몇몇 영화를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영화 정보 자체를 보지 않고(알려고 하지 않고) 가는 탓이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조폭 영화는 웬만해서는 거르기 때문에, 이게 선입견을 확고한 결정으로 가게끔 만들었네요. 아주 간혹 벌어지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거듭 스스로에게 반성하게 됩니다. (제목을... 조금 변경하셨어도 됐을 건데요. 다 본 지금도 제목이 안티인 듯한.)

 

스크린샷 2024-04-19 120019.png.jpg

 

 

와 참. 벌써 몇 줄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데요, 이 영화 참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삶의 단면이라기에는 너무 많은 우리 삶을 담았고, 이를 풀어내면 구구절절해져버리네요. 그러한 관계로 포탈에 기재된 내용을 긁어올게요. 

 

남편의 사고사 이후 조선소에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윤화는 어느 날 급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는다. 비트 코인으로 전 재산을 날린 아들과 학업은 뒷전인 채 서울로의 탈출만 꿈꾸는 딸. 그리고 ‘남편 잡아먹은 여자’라 욕하며 땅을 빼앗으려는 친척들까지.. 각자가 직면한 자신들의 고통 때문에 서로를 배려할 수가 없는 가족. 우리 가족은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 끝은 과연 무엇일까?

 

윤화는 억척같이 살아갑니다. 남편이 죽고 20년, (남편 동료들의 도움으로 조선소에 입사해) 여자라고는 보기 힘든 분야에서 홍일점으로 죽을힘을 다합니다. 그녀의 직업은 바로 용접공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회사는 퇴사를 권합니다. 시스템상 순번이라며. 

윤화는 모질게 버텨왔던 삶에 잔재하는 것들에 낙담합니다. 코인으로 집을 담보 잡힌, 그것도 모자라 섣부르게 선배를 믿고 투자해 날려버린 아들과 아직 고등학생인 딸이 있을 따름입니다. 뒤집어 보면 남은 게 없는 인생이라는 뜻이 됩니다. 여기에 '남편 잡아먹은 여자'라는 구실로 무시하기 바쁜 친척들이 남편의 제사를 빌미로 들이닥칩니다. 

그날, 같은 팀원들은 조선소에서 늙은 오징어를 낚습니다. 이를 빌미로 회식을 하자고 윤화에게도 권합니다. 드세게 살며 남자처럼 변해버린 윤화는, 20년 전에 죽었음에도 자신을 형수라고 부르는 팀원들에게, 제사라는 말로 일갈합니다. 

 

윤화의 분기탱천은, 이후 발발합니다. 아들로 인해, 친척들로 인해, 회사로 인해. 

 

아마 영화를 보는 많은 분들은, 공감하거나 또 자문하거나 하는 지점이 생겨납니다. 회사가 나에게 해고 통보를 하면 어떻게 될까? 나도 윤화처럼 소위 진상 짓을 하며 일하겠다고 버틸까? 아니라면 깔끔하게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을까, 라는. 

아마도 진상 짓을 하겠다, 라는 쪽은 소위 자신의 인생을 또 열정을 바친 분들일 겁니다. 그렇다고 깔끔하게 그만두는 분이 그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뿌리 박힌 것을 조금 더 쉽게 털어낼 수 있는 위치와 환경이 아닐까. 

영화 속 윤화는, 그 어느 것도 쉽게 떨쳐낼 수가 없는 위치입니다. 남편과 살았던 집은 담보 잡힌 상태, 딸은 서울로만 가려들고, 아들은 무직에 일확천금이나 노리고 있으니. 

 

해법이 생겨날까요? 

 

이를 정기혁 감독은, 울산이라는 지역과 자신만 알고 가졌을 깜냥으로 풀어갑니다. 그 속에서 배우 김금순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피눈물 흐를 것 같은 삶을 찰떡같이 연기해 냅니다. 회사가 전부라고 믿고, 그것밖에는 호구지책이 없던 윤화에게 '해고'는 인생의 버팀목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인생의 실패와 다름없을 겁니다. 남편이 죽었어도 일을 할 수 있기에 살아갈 수 있었고, 아들이 사고를 쳐도 일을 할 수 있기에 버텨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 그녀에게 해고, 라는 청천벽력이 가해지자 그녀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사람처럼 발악합니다. 그 발악에 공감하고 그로 인해 마음 저린 관객은 한둘이 아니었을 듯합니다. 

 

마치 켄 로치의 영화를 보는 듯했답니다. 감독 정기혁이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갈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하나는, <울산의 별>은 켄 로치에도 뒤지지않는 페이소스를 담은 영화라는 겁니다. 

 

비록 모든 영화적 진행 상황이 거의 끝에 다다라 OTT에 공개되고 있습니다만, 어디서든 또 어떻게든 괜찮은 영화다, 좋은 영화다, 라고 평가할 수 있는 영화라는 겁니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한, 정말 죽을힘을 다한 김금순의 연기 역시 박수 받아 마땅했습니다. 비록 뒤늦게 이 영화를 보고, 또 영화에 대한 선입견으로 관람의 기회 역시 양도했더랬지만, 지금에라도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며 이런 말씀도 던져보게 됩니다. 우리는 영화 속 윤화처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네, 물론 제 답은 네, 입니다. 다만 영화 속 윤화 같은 상황이 가급적이면 아무에게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게 된다는 거지요. 늙은 오징어와 낡은 자전거로 상징될 윤화는,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아직 나아갈 곳을 찾지 않은 채 마무리되니까요. 윤화가 앞으로 나가기를 엔딩타이틀 이후에도 바라게 되더이다. 앞서 언급한 질문처럼, 윤화의 삶은, 보통의 우리네 삶이기 때문입니다. 

 

잘 살아라 윤화, 그리고 김금순 배우님도!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6

  • 오다기리죠
    오다기리죠

  • c2

  • 이상건
  • 吉君
    吉君
  • Robo_cop
    Robo_cop
  • golgo
    golgo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선뜻 보기 힘든 영화 같지만 용기를 내보겠습니다.

12:38
24.04.19.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Robo_cop
정말 켄 로치 영화 같았어요. 쉽지 않은 영화이겠지만 마음에 감기는 감정은 분명했답니다.
12:43
24.04.19.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이상건
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15:59
24.04.19.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림 시나리오'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8 익무노예 익무노예 7시간 전13:59 348
공지 제4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에 초대합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4일 전13:34 1700
HOT [하얼빈] 추석 연휴 개봉, 손익분기점 750~800만 관객 2 시작 시작 20분 전20:54 198
HOT [베테랑 2] 칸 영화제 포토콜 사진 2 시작 시작 33분 전20:41 308
HOT '지구를 지켜라!' 미국 리메이크 상세 정보 3 golgo golgo 49분 전20:25 530
HOT 정려원 위하준 시구 시타 2 e260 e260 58분 전20:16 238
HOT 홍금보, 고천락 '월드 인(구룡성채)' 로튼 리뷰 번역 2 golgo golgo 58분 전20:16 265
HOT 영원한 반항아 제임스 딘 3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19:40 322
HOT 짭 이소룡 다룬 다큐 '이소룡-들' 메인 예고편 3 golgo golgo 1시간 전19:20 476
HOT 오스카에서 가장 슬픈 순간 3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19:16 647
HOT [보노보노] 휴식 카페 (일본) 2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9:10 336
HOT 칸 영화제에 도착한 미야자키 고로, 요다 켄이치 2 중복걸리려나 2시간 전18:58 432
HOT IMAX 화면 비율에 대한 간략 정리 14 NeoSun NeoSun 3시간 전17:39 1070
HOT 일본 주말 박스 오피스 랭킹 TOP10 및 성적 정리 (5/17~5/19) 5 카란 카란 4시간 전17:12 430
HOT [오리지널 티켓] No.110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4 무비티켓 4시간 전17:01 914
HOT 칸 영화제 호평 '에밀리아 페레스' 로튼토마토 리뷰 6 golgo golgo 5시간 전15:24 950
HOT 홍금보,고천락 '구룡성채' 하반기 국내 개봉 3 golgo golgo 4시간 전16:36 856
HOT <핸섬가이즈> 이희준 캐릭터 스틸 공개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6:24 759
HOT <가여운 것들>을 보고 11 도삐 도삐 5시간 전15:57 805
HOT 제리 브룩하이머, <캐리비안의 해적> 조니 뎁 복귀에 ... 5 카란 카란 5시간 전15:40 1265
HOT <반지의 제왕> 신작, 골룸이 주인공이 된 배경 6 카란 카란 7시간 전14:03 1993
HOT 케빈 코스트너 '호라이즌' 현재 로튼 평 5개 - 20% 4 NeoSun NeoSun 5시간 전15:39 716
1137316
image
네버랜드 네버랜드 방금21:14 3
1137315
image
오래구워 5분 전21:09 50
1137314
image
golgo golgo 9분 전21:05 54
1137313
image
시작 시작 17분 전20:57 122
1137312
image
시작 시작 20분 전20:54 198
1137311
image
시작 시작 33분 전20:41 308
1137310
image
golgo golgo 49분 전20:25 530
1137309
image
golgo golgo 53분 전20:21 155
1137308
image
e260 e260 57분 전20:17 277
1137307
image
e260 e260 58분 전20:16 238
1137306
image
golgo golgo 58분 전20:16 265
1137305
image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19:48 465
1137304
normal
시작 시작 1시간 전19:45 157
1137303
image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19:45 170
1137302
image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19:40 322
1137301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9:40 217
1137300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9:20 476
1137299
image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19:16 647
1137298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9:14 283
1137297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9:10 336
1137296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9:07 187
1137295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9:04 119
1137294
image
중복걸리려나 2시간 전18:58 432
113729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47 228
113729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34 290
1137291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17:55 677
1137290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3시간 전17:54 455
1137289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39 1070
1137288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24 457
1137287
image
카란 카란 4시간 전17:12 430
1137286
image
무비티켓 4시간 전17:01 914
1137285
normal
그웨 4시간 전16:59 305
1137284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16:44 632
1137283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16:43 695
1137282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16:36 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