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0
  • 쓰기
  • 검색

지금까지 봤던 것 중 가장 이상한 공포 <서스페리아> 후기

스누P
20695 4 10

D2ARZOqPqDpxjIyotAPBnVM7GpsOxRAgs-1rFs8lDPFvHBDfAPFqFPcBZHmPCq_17f3fvnNwX7wW5PEXzlyL-A.webp.jpg

 

1977년에 이탈리아에서 만들고 독일을 배경으로 영어를 쓰는 해괴한 국적을 가진 공포영화 <서스페리아>가 만들어집니다

지금 봐도 섬뜩한 오프닝과 알록달록한 색감에서 오는 불안감과 후반부에 공포가 폭발하는 영화라서 당시 큰 호평이었다죠

 

 

20190523_3760260_1558599617.jpeg.jpg

 

아마 이렇게 별 생각없이 잘 만든 웰메이드 영화가 68운동으로 어지럽던 당시 유럽에게 일말의 오락거리가 되어줬을테죠

 

그리고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뒤 <콜미바이유어네임>으로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내시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에 의해 새롭게 리메이크됩니다만...

 

사실 마녀가 운영하는 발레학원에 들어온 신입생이라는 소재를 제외하면 전혀 다른 내용을 펼치는 별개의 작품입니다

 

 

20190523_4106234_1558587145.jpeg

 

1977년 사회운동으로 어지럽던 서독의 심리상담가 요제프 박사는 한 여학생이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찾아와 자기가 다니는 학원에 있는 마녀 때문에 피폐해졌다는 말을 듣습니다

마담 블랑이라는 마녀가 가르치는 발레학원은 정말로 마녀들의 본거지였고 이들은 어떠한 거대하고 장대한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심상치 않는 발레 실력을 가진 전학생 수지 배니언이 학원을 찾아옵니다

 

 

c2cdf4d54357f7d5255dcfcf3362fb58_thumb_770.jpg

 

1977년 원작 영화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판타지 호러였다면 리메이크는 칙칙한 채도를 가진 차가운 사회비판 스릴러입니다

1977년 당시 독일의 극좌파단체 바더 마인호프가 작품의 전반적으로 언급이 되는데 이들은 사회적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여러가지 작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도 언급되는 루프트 한자 비행기 납치사건도 그렇고 당시 서독 경제인연합 회장이었던 한스 마르틴 슐라이어를 납치하는 사건도 있었죠

 

바더 마인호프의 이러한 행동의 근간은 바로 전후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이었습니다

2차대전 당시 차마 입에 담기도 수치스러운 악랄한 짓을 일삼았던 나치 부역자들 모두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계속 권력을 잡고 있는 경우도 있었죠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이러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던 세대임을 알게 된 신세대는 구세대를 향한 역사적인 혐오감정을 가지게 되었고 제대로 된 나치 청산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세워진 단체가 바로 바더 마인호프입니다

위에 말했던 서독의 경제인연합의 회장이라는 높은 자리에 있던 슐라이어도 한때 나치 부역자였습니다

 

 

M000234636.png.jpg

 

영화는 바더 마인호프를 배경에 깔음으로서 영화 속 악한 짓을 자행하던 마녀들을 이러한 과거 청산이 되지 않은 구세대에 은유합니다

영화에서 최종보스급으로 언급되는 마녀들의 우두머리 마르코스는 죄 없는 젊은이의 삶을 망가뜨리고 자신의 추한 삶을 이어나가려하는 늙은이로 표현됩니다

 

이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악행에 청산을 받지 않고 대신 죄 없는 이들이 분단국가로 인한 이산가족이 되거나 과거의 상처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등 아픔을 겪고 있습니다

 

영화 속 루츠 에버스도르프가 연기한 요제프 박사가 이러한 피해자이며 클로이 모레츠가 연기한 마녀에 의해 비참한 삶을 맞이하게 된 학생이 이러한 아픔을 가진 신세대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클라이맥스가 가서 이러한 구세대에게 통렬한 처벌을, 이러한 신세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Hs2AajBjLdxGL6k_pZuumymJagg.png.jpg

 

영화 속 연기에 대해선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마녀들 사이에서 새로운 체재를 만들려는 반동인물 마담 블랑을 연기한 틸다 스윈튼은 신비함 속에 불안감을 악착같이 숨기려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해냈습니다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배우 루츠 에버스도르프가 연기한 이산가족이 된 아픔을 가진 한 늙은 남자는 같은 아픔을 가진 우리 민족에겐 더 와닿는 연기였습니다

루츠 에버스도르프가 꼭 인공성기를 붙인 틸다 스윈튼이 남자로 분장한 것 같이 생겼지만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닙니다

 

 

70s.jpg

 

이 영화는 정말 이상한 영화입니다

미칠듯한 기괴함을 뽐내며 공포영화로서 불안하고 찝찝한 분위기를 이어나가면서 폭탄 안에 화약을 계속해서 넣는 서스펜스를 이어나가다가 마지막에 도화선에도 아닌 화약에다 불씨를 직빵으로 넣어서 터트리는 듯한 클라이맥스로 끝을 맺습니다

 

스릴러가 이어져서 지루한 부분은 없지만 공포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겐 당황스러운 장르 비틀기입니다

클라이맥스에서 벌어지는 피의 참극은 극도로 잔혹하며 섬뜩하면서 어떤 면으로는 통쾌하지만 동시에 서글픕니다

이런 영화가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복합적인 감정이 단 하나의 시퀀스에서 휘몰아칩니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로 분류해야 할까요?

아니면 사회비판 드라마로 분류해야 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통쾌한 판타지?

아니면 서글픈 역사를 은유한 영화?

그 어느쪽으로도 분류하지 못하기에 이 영화는 정말 이상합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8.5점입니다

 

작성자 한줄평

"악인이었던 구세대의 피로 쓴 신세대를 향한 위로의 글씨"

 

*안타깝게도 이 영화 이후 루츠 에버스도르프 배우님은 볼 수가 없더군요

틸다 스윈튼이 인공성기를 달고 분장한 것 처럼 생긴 것만 빼면 정말 훌륭한 배우셨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셨나봅니다 ㅠ

스누P
7 Lv. 5052/5760P

개구리, 달팽이, 그리고 강아지의 꼬리.

남자아이는 그런 것으로 만들어져 있지.

 

설탕, 향신료, 그리고 귀엽고 깜찍한 것들.

여자아이는 그런 것으로 만들어져 있어.

 

"아! 남자아이는 애완동물로 삼고 여자아이는 먹어치우란 소리구나!"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Robo_cop
    Robo_cop

  • 이상건
  • 해리엔젤
    해리엔젤
  • golgo
    golgo

댓글 10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탈다의 연기를 돌려서 칭찬하셨네요.^^
19:03
24.04.13.
profile image 2등
유려하고 알찬 리뷰 잘 뵜습니다^^
정말 기괴하고 칙칙한데 한편으로는 황홀해서 계속 보고싶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19:39
24.04.13.
profile image
좀 역겨운 영화였습니다 제 기억으로는ㅋㅋㅋ
22:49
24.04.13.
아 이영화 본것도 같은데 아마 초반부만 보다가
후반기는 건너띈듯 한데요...이렇게 잘 리뷰깔끔하게
정리해 주혀서 감사드립니다.다시 찾아서 봐야겠네요
13:58
24.04.14.
스누P 작성자
뚜바뚜바띠
최후반부에 클라이맥스 시퀀스가 굉장히 강렬합니다 후반부를 건너뛰셨다니 꼭 한 번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14:25
24.04.14.
스누P
앗 네네 그렇다면 꼭 보겠습니다 아직 넷땡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18:00
24.04.14.
profile image
스윈튼느님의 변신은 이런저런 영화를 통해 이미 검증된 바 있으니...
12:29
24.04.15.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드림 시나리오'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6 익무노예 익무노예 4시간 전13:59 281
공지 제4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에 초대합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4일 전13:34 1683
HOT 일본 주말 박스 오피스 랭킹 TOP10 및 성적 정리 (5/17~5/19) 3 카란 카란 1시간 전17:12 217
HOT [오리지널 티켓] No.110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3 무비티켓 1시간 전17:01 521
HOT 칸 영화제 호평 '에밀리아 페레스' 로튼토마토 리뷰 4 golgo golgo 2시간 전15:24 637
HOT 홍금보,고천락 '구룡성채' 하반기 국내 개봉 2 golgo golgo 1시간 전16:36 488
HOT <핸섬가이즈> 이희준 캐릭터 스틸 공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6:24 445
HOT <가여운 것들>을 보고 9 도삐 도삐 2시간 전15:57 550
HOT 제리 브룩하이머, <캐리비안의 해적> 조니 뎁 복귀에 ... 4 카란 카란 2시간 전15:40 733
HOT <반지의 제왕> 신작, 골룸이 주인공이 된 배경 6 카란 카란 4시간 전14:03 1280
HOT 케빈 코스트너 '호라이즌' 현재 로튼 평 5개 - 20% 2 NeoSun NeoSun 2시간 전15:39 518
HOT 골든카무이 영화 잘 만들었네요!! 2 카스미팬S 2시간 전15:30 485
HOT TV아사히와 한국 SLL,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콘텐츠 ... 2 카란 카란 3시간 전14:55 506
HOT BBC)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 3 소설가 소설가 3시간 전14:39 806
HOT 케빈 코스트너 '호라이즌' 첫 로튼 20% 3 NeoSun NeoSun 3시간 전14:28 703
HOT CGV 주간 굿즈 실물 사진(매드맥스,하이큐,별처럼빛나는너에게)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4:07 479
HOT 윤아가 올린 칸영화제 포토슛들 4 NeoSun NeoSun 5시간 전12:47 830
HOT <창가의 토토> 실제 주인공을 알아보자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시간 전12:35 503
HOT 77회 칸 영화제 현재까지 스크린데일리 평점 4 얏호!!! 5시간 전12:14 1614
HOT 케빈 코스트너 '호라이즌' 칸 프리미어 리뷰들 호... 5 NeoSun NeoSun 7시간 전11:09 945
HOT 애냐 테일러 조이 칸 2024 포트레이트 추가 / '퓨리오... 1 NeoSun NeoSun 7시간 전10:40 657
HOT '메갈로폴리스' 칸 프리미어 기립박수 7분 기록 1 NeoSun NeoSun 7시간 전10:23 745
1137291
image
golgo golgo 17분 전17:55 134
1137290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8분 전17:54 121
1137289
image
NeoSun NeoSun 33분 전17:39 254
1137288
image
NeoSun NeoSun 48분 전17:24 195
1137287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17:12 217
1137286
image
무비티켓 1시간 전17:01 521
1137285
normal
그웨 1시간 전16:59 133
1137284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6:44 351
1137283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6:43 442
1137282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6:36 488
1137281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6:26 170
1137280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6:24 445
1137279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6:20 200
1137278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6:16 166
1137277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6:00 419
1137276
image
도삐 도삐 2시간 전15:57 550
1137275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5:56 265
1137274
normal
golgo golgo 2시간 전15:47 415
1137273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5:45 377
1137272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15:40 733
1137271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5:39 518
1137270
image
카스미팬S 2시간 전15:30 485
1137269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5:24 637
113726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5:22 285
113726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5:19 210
1137266
image
totalrecall 3시간 전15:10 806
1137265
image
카란 카란 3시간 전15:05 421
1137264
image
GI GI 3시간 전14:59 230
1137263
image
카란 카란 3시간 전14:55 506
1137262
normal
시작 시작 3시간 전14:47 623
1137261
normal
소설가 소설가 3시간 전14:39 806
1137260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4:28 703
1137259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4:23 235
1137258
normal
접속영화여행 3시간 전14:23 295
1137257
image
접속영화여행 3시간 전14:22 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