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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풀> 브랜든 크로넨버그, 일본 매체 인터뷰

카란 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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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포제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아이디어의 독특함에 놀랐다. 이 이야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나?

 

출발점은 오래 전에 쓴 한 남자가 자신의 클론이 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한다는 내용의 단편 소설이다. 정체성과 정의, 처벌에 대한 나의 생각을 탐구하기 위해 쓴 이야기였는데, 이를 장편영화로 발전시켜서 이번 영화로 만들게 되었다. 죄를 지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이상한 세상을 상상했을 때, 가상 국가의 리조트라는 설정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에는 정체성, 윤리의식의 동요 등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는데, 그중에서도 외국 문화와 리조트 소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것만 그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이 작품에서 의도한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북미에서 <더 메뉴>(2022), <슬픔의 삼각형>(2022)과 같은 시기에 개봉해 사람들이 ‘Eat the rich(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사람들이 더 이상 먹을 음식이 없다면 결국 부유한 자들을 먹기 시작할 것에서 유래한 말) 영화라고 부르는 계급의 분열과 반전을 그린 영화 운동의 하나로 인정받았다.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2021)이 방영된 시기와 비슷한 시기라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내가 이 작품의 원안을 쓴 게 2013~14년 정도였기 때문에, 흐름을 탄 게 아니라 완전히 우연이긴 하지만 말이다. 거기서 알 수 있는 건, 그런 계급적 분열이나 투어리즘에 따른 문제는 우리 사회에 늘 따라다니는 영원한 주제라는 거다. 다만 이 영화는 다른 ‘Eat the rich’ 영화들처럼 그런 주제를 직설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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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계급의 분열을 그리면서 빈부격차뿐만 아니라 부유층 내에서의 위계질서를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표현한 이유를 말해 달라.

 

왜냐하면 유인원이라는 것은 계층을 만들고 서로를 지배하려고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가 쓴 <하이 라이즈>(1975)라는 흥미로운 책이 있는데, 70년대에 쓰인 소설로 40층짜리 거대한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사는 층에 따라 위계질서를 만들기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그 소설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 있는데,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인간은 설령 계층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계층을 만들고 서로를 지배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는 점이었다.

 

그런 위계질서를 만드는 것은 유인원들의 오래된 방식이다. 인간의 마음은 매우 가소성 있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간도 동물이기 때문에 어떤 충동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인간이 상하관계를 맺고 서로를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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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을 맡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미아 고스의 캐스팅이 정말 잘 어울렸다. 두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나의 캐스팅 과정은 꽤나 특이한 편이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내 안에는 감각적인 자질을 가진 배우라는 게 있다. 모든 것을 흥미롭게 만들고, 스크린을 통해 그 에너지와 진정성, 리얼리티와 흥분을 체감할 수 있는 배우라고 할까? 그런 소질을 가진 배우들 중에서 더 엄선해서 작품에 투입하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다. 물론 캐릭터의 적합성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런 감각적인 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캐스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각본을 쓰다 보니 촬영을 시작할 때쯤이면 내가 만든 캐릭터가 내 안에서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은 연기를 통해 캐릭터에 새로운 생명과 에너지를 불어넣고, 신선한 놀라움으로 캐릭터를 깨워줄 수 있는 배우를 찾는 거다. 미아와 알렉스가 그것을 실현해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서 출연 요청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최고의 연기자들이고, 예전부터 두 사람을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특히 미아 고스는 <X><>에 이어 이번에도 작품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미아는 자기 안에서 시간을 들여 인물을 구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헝가리에서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전화로 여러 가지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직접 만나기 전부터 오랜 시간 동안 전화만으로 캐릭터와 작품을 이끌어 나갔던 거다.

 

나는 블로킹(촬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장면마다 배우의 정확한 움직임과 위치를 정하는 것)은 하지만 리허설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미아는 미리 만들어 놓은 멋진 캐릭터를 촬영 현장에서 보여주었고, 연기를 세심하게 다듬고 연출까지 해줬다. 그녀는 이 영화에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고, 놀라운 표현력으로 이 캐릭터를 구현해냈다. 그런 수준의 배우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매우 크다. 또한 그녀와 같은 배우들은 내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들이다. 가비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은 나보다는 미아가 더 많이 만들어낸 것 같다.

 

――정말 대단하다. 미아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애드리브 등을 선보였나?

 

아니다. 대사도 그렇고, 애드리브도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각본을 썼기 때문에 각본에 충실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미아는 각본에 따라 연기를 하면서도 창의적인 힘으로 가비라는 인물에 에너지와 와일드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예를 들어 가비가 버스 앞에서 제임스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은 매우 유머러스하고 중요한 장면이지만, 각본을 쓸 당시에는 그저 마지막을 위한 전개라는 인식이 강해서 그다지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아가 연기하면서 그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미아는 촬영 전부터 배역에 몰입해서 버스 주변을 뛰어다니며 창문을 두드리거나 알렉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스스로를 독려했다. 그리고 그녀가 차에 올라타고 나서 촬영을 시작했고, 그녀는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 그걸 본 다른 출연진들이 입을 모아 미아 최고!”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촬영을 마친 순간, 사소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던 그 장면이 영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각본에 충실해도 배우의 에너지에 따라 그 만큼의 변화가 생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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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캐나다 출신의 사운드 디자이너 팀 헤커가 담당한 앰비언트 음악이 이야기의 공포감을 증폭시켜주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처음 작업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되었나?

 

전작 <포제서>의 음악을 맡았던 짐 윌리엄스는 훌륭한 작곡가였지만, 독립영화의 구조상 매번 같은 사람과 작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캐나다에서 멀리 떨어진 영국 사람이라 이번엔 어렵다고 판단하고 다른 작곡가를 찾았다. 우리는 제작팀 내에서 흥미로운 작곡가나 음악가들에 대해 논의했다. 그 때 얘기가 나온 것이 꼭 영화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좋으니 영화의 세계에 푹 빠질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 이름이 나온 팀 헤커는 영화음악을 전문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의 세계관에 딱 맞는 음악가라고 생각했다.

 

그는 훌륭한 음악가이고, 그의 작품에는 믿을 수 없는 질감이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섞어서 음악을 만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영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다른 영상 작품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알아보니, 마침 <노스 워터(The North Water)>(2021)라는 드라마 미니시리즈의 작곡을 막 끝낸 상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시리즈에는 우연히도 내가 함께 일했던 프로듀서와 친분이 있는 편집자도 참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동료들에게 팀 헤커에 대해 물어봤더니 그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추천해줘서 함께 일하게 됐다. 원래는 그를 영화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미 나와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우리 영화에 들어갈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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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끼치는 가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바디 호러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는데, 역시 아버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향이 컸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런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로서 나에게 인간적인 영향을 끼치며 키워주셨고,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중립적인 시각으로 볼 수 없고, 거기서 영감을 받았는지, 영향을 받았는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는 너무 가깝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미래의 범죄>(2022)가 개봉했는데, 데이비드 감독과 서로의 작품을 보고 감상을 나누거나 했는가?

 

둘 다 바쁘지만 서로의 영화를 봐주기도 한다. 영화를 편집할 때 가족, 친구 등에게 보여줘야 할 타이밍이 있는데, 비밀을 지켜주고 새로운 관점에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연출을 하다 보면 작품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반복해서 볼수록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같이 봐달라고 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한다. 그래서 서로의 작품을 보려고 노력하는데......이번 작품에 대해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잊어버렸다.

 

(출처: 일본 ei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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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Eat the rich... 3부작은 처음 알았네요.
현재 배우들 중 미아 고스 만큼 미친 연기 잘하는 배우는 거의 없을 듯해요.^^
23:48
24.04.03.
profile image
카란 작성자
golgo
미아 고스는 정말 인정합니다👍
23:58
24.04.03.
profile image
혹시나 했는데 아드님이 맞았군요 ㅎㅎㅎ
10:58
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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